김 여사 ‘도이치 의혹’ 불기소 뒤집힐까

2024-10-24 13:00:25 게재

심 총장, 항고시 수사지휘 의지 밝혔지만

서울고검 항고 사건 90%는 불기소 유지

박지원 “제대로 수사 안하면 답은 특검뿐”

지난 10년간 서울고등검찰청이 처리한 항고 사건 10건 중 9건은 결론이 그대로 유지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한 고발인들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법조계에서는 무혐의 처분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고검별 항고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서울고검이 처리한 항고 사건 11만3421건 중 기각 또는 각하, 주문변경된 사건은 10만2663건(90.5%)에 달했다.

항고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소·고발인이 상급기관인 고등검찰청에 기소를 요청하는 제도다. 고검이 불기소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거나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소제기나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게 된다.

반면 항고를 기각 또는 각하하면 불기소 처분이 유지된다. 불기소 처분은 정당하나 사유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주문변경을 명령한다.

지난 10년간 서울고검이 처리한 항고 사건 중 공소제기 명령은 212건으로 0.2%에 불과했다. 재기수사를 명령한 건수도 1만546건으로 9.3%에 그쳤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서울고검이 처리한 항고 사건 5440건 중에서도 불기소에서 기소로 결론이 바뀐 것은 16건(0.3%)에 불과했다. 재기수사 명령은 405건으로 7.4% 수준이었다. 반면 기각 4726건, 각하 285건, 주문변경 8건으로 92.3%는 불기소 처분 결론이 유지됐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 항고가 이뤄지면 심우정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결론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앞서 심 총장은 지난 21일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고발인이 항고해 서울고검이 수사하게 되면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있나’라는 질의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항고가 이뤄지면 철저히 점검해 지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지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발인들의 항고로 사건이 서울고검으로 넘어가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복원되는 만큼 심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심 총장은 다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사건 기록을 본 것도 아니고 내용 전체를 알지 못한 채 결과만 보고 받았다”면서도 “(수사팀의) 수사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17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김 여사의 6개 증권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 거래가 이뤄진 사실 등을 인정하면서도 통정매매와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공범 또는 방조범 혐의에 대해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하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20쪽 분량의 결정서에는 ‘(혐의를)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다’는 말이 15차례, ‘피의자 주장에 부합한다’는 표현이 12차례나 반복됐다.

이 사건을 고발한 최강욱, 황희석 변호사는 항고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박 의원은 “최근 10년간 서울고검 항고 사건 인용률은 처참한 것이 현실”이라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답은 특검뿐이라는 걸 검찰이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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