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대통령비서실 명단 공개해야”
“국민감시·통제 필요한 공적 사안”
대통령비서실은 소속 공무원 명단과 직위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최근 법원은 잇따라 비서실 직원 명단 공개를 판결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1부(황의동 부장판사)는 23일 강성국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서실 비서관급 미만 공무원의 부서·성명·직급(직위)을 공개해야 한다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센터는 2022년 6월 비서실에 근무하는 전체 공무원의 부서·이름·직위·담당업무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당시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채용과정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친인척이 관련됐다는 의혹으로 ‘특혜 채용’ 논란이 일자, 센터는 국민 알권리 충족 등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이미 정보가 공개된 비서관급 이상의 명단만 공개하는 부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나머지 명단이 공개되면 이익단체의 로비나 청탁 등 유무형의 압력으로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대통령 동선이 사전에 유출될 우려가 커진다는 거부 이유도 들었다.
이에 센터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대통령비서실이 명단을 공개하는 비서관급 이상 외 다른 공무원도 직무의 내용이나 영향력에 비춰 자질과 능력·책임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그 공무원이 누구인지는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인적 구성의 투명성 확보 등 공익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이어 “이 정보는 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와 조직이 구분된 대통령비서실 명단에 국한된다”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거나 대상 공무원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정부 조직뿐 아니라 감사원·국세청 등 사정기관도 공개하는 상황에서 비서실 공무원을 달리 취급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명단을 공개한다고 로비나 위협, 악성 민원 등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에 노출된다고 볼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담당업무도 공개하라는 청구는 비서실에서 관련 정보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한편, 같은 법원 행정9-2부(김승주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기자가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대통령실이 소관 세부 업무 설명을 뺀 비서실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피고 대통령비서실의 항소를 기각한 바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