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미국 대선 후 달러가치 하락 가능성

2024-10-25 13:00:06 게재

미국 대통령 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 미국 금융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 달러 인덱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매우 높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달러 인덱스는 단기에 오를 수 있지만 미국 경제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하락할 확률이 높다.

주요 선진국 6개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022년 10월 14일 113.31로 정점을 찍고 그 이후에는 2년째 100~110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올해는 그 범위가 100~106으로 좁아졌다. 대통령 선거 이후 단기적으로 달러 인덱스가 그 상한선까지 오를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그럴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방향은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이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개인소득세 인하를 통해 소비를 부양할 것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저금리를 선호한다.

이러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미국의 총수요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감세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미국 정부는 국채 발행을 더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최근 시장금리와 달러 인덱스가 함께 오르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돼도 역시 단기적으로 달러 인덱스가 오를 수 있다. 민주당 경제정책 방향은 ‘중산층 회복을 통한 안정 성장’이다. 이를 위한 세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율과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을 도모할 것이다. 그러나 해리스는 사회안정망 강화나 신재생 에너지 관련한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재정지출을 더 늘릴 전망이다. 이 경우에도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다. 대선 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오르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달러 인덱스가 오를 수도 있다.

미국 경제, 2025년에는 성장둔화 예상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경기순환은 바꿀 수 없고 미국 대내외 불균형은 확대되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20년 4월을 저점으로 올해 10월까지 54개월 확장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2.2% 성장했지만 2021년에 성장률이 6.1%로 급격하게 회복되었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2022년 2.5%, 2023년 2.9%)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25년에는 성장률이 소비 중심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 GDP 가운데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9%인데 최근 소비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이 줄고, 이는 고용감소와 더불어 다시 가계 소득감소로 이어져 소비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미국 경제가 매우 좋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을 단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9월 연준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연방기금금리의 적정 수준은 올 연말 4.4%, 내년 3.4%다. 10월 현재 4.75~5.00%인 기준금리를 계속 내릴 전망이다. 2025년 미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금리인하는 달러 인덱스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장기적 달러 인덱스 하락 가능성 높아

2025년부터 달러 인덱스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이유를 다음 4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세계 GDP에서 미국 비중 축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미국의 세계 GDP 비중이 2024년 26.5%에서 2029년에는 25.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에 미국의 GDP 비중과 달러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4년간 달러지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둘째,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 확대도 달러 인덱스 하락 요인이다. 올해 2분기 미국의 대외순부채는 22조5191억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순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6.7%에서 올해 2분기에는 77.6%로 급증했다. 이런 부채가 외국인의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유입으로 지탱되고 있지만 이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달러 인덱스는 하락할 수 있다. 여기다가 연방정부 부채도 올해 GDP 대비 120.0%로 매우 높다.

셋째,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달러 보유 비중 축소다. IMF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에 71.1%였다. 그러나 이 비중이 2010년 62.2%로 낮아졌고 올해 2분기에는 58.2%로 더 떨어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이 달러 보유를 계속 줄이고 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2001년 786억 달러에서 2013년에는 1조2700억달러로 급증했지만 그 이후 미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다. 올해 8월에는 7746억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중국은 앞으로도 미 국채 보유를 줄일 전망이다.

넷째, 미국 자산가격의 거품 형성과 붕괴 가능성도 달러 인덱스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주가지수(S&P500)는 장기적으로 명목 GDP를 따라 상승해왔다. 2000~2023년 미국의 명목 GDP가 연평균 4.5% 성장했고 주가지수 상승률은 6.8%였다. 올해 명목 GDP가 6% 성장한다고 해도 현재 S&P500은 20% 이상 과대평가 되었다.

주택시장에도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 2012년 3월 저점으로 미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올해 7월까지 20대 도시 주택가격이 142.5%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37.0% 상승했고 가처분소득은 70.3% 증가했다. 주택가격이 물가나 소득보다 지나치게 많이 상승한 셈이다.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와 경기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앞으로 더 내릴 것을 고려하면 자산가격 거품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소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하면 자산가격 거품은 어느 시점에 꺼질 수 있다. 그 시점이 빠르면 내년 상반기일 수도 있다.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소비가 더 줄고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달러 인덱스 하락 때 코스피 상대적수익률 좋아

2025년 이후 예상되는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나 달러 인덱스 하락은 우리 경제나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선 미국 경제성장에 따라 우리 수출이 큰 영향을 받았다. 우리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21.8%에서 2011년에는 10.1%로 급감했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 경제가 다시 높은 성장을 하면서 수출도 올해 1~9월에는 18.7%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9월 한달만 보면 대미수출 비중이 17.7%로 줄었고 10월 들어 20일까지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둔화하는 모습이 우리 수출에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달러 인덱스 하락은 우리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달러 인덱스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원 가치는 상승한다. 또 달러 인덱스가 하락했을 때 우리 주가지수가 미국 주가지수보다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2008년 1월에서 2024년 8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코스피(KOSPI)와 S&P500의 상대지수와 달러 인덱스의 상관계수가 마이너스 0.8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할 때 코스피가 S&P500에 비해 더 상승했다는 의미다. 우리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를 늘린 이유다.

그러나 달러 인덱스를 결정하는 요인을 보면 중장기적으로 달러 인덱스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10여년 동안의 상황만을 고려해 미국 주식 비중을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코스피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주가지수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주식 투자자들도 균형적 시각을 가져야 할 때가 오고 있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