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보험금을 받기 위해 복잡한 서류 제출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로 보험금 수령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던 실손보험금의 청구 절차가 25일부터 간편하게 바뀌었다. 보험개발원 실손24 앱 또는 웹페이지를 통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참여 병원에 한해 전산화 청구가 가능하고 25일 207개 병원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됐다.

참여 병원이 늘어날수록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병원의 실손보험 전산화 청구 가능 여부를 앱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향후 참여 병원들도 확대될 전망이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상 병원(병상 30개 이상, 보건소 포함) 7725곳 중 참여 확정 병원은 4217곳으로 참여율은 54.6%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은 47곳 전체, 종합병원은 331곳 중 213곳(64.4%)이 참여를 확정했다.

일반병원(요양·정신·치과·한방 포함)은 대상이 되는 4235곳 중 727곳이 참여하기로 해 참여율이 17.2%로 낮지만 최근 한달 간 급격히 늘었다. 지난달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200여곳에 불과했지만 727개로 증가했다. 요양·정신·치과·한방을 제외한 일반병원 1402곳 337곳(24.0%)이 참여를 확정했다. 한달 전 참여율이 2%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서는 관심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보건소 3490곳은 모두 참여하기로 했다.

◆종이서류 발급 없이 전자 전송 =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개발원의 실손 24 앱 또는 웹페이지를 통해 진료비 관련 서류를 병원에서 바로 보험회사에 전자 전송하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병원에서 종이서류 발급 없이 보험사로 전자전송이 가능한 서류는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 등이며 입원 진료비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단서 등의 추가서류와 내년 10월 25일부터 시행 예정인 약제비 계산서·영수증은 가입자가 사진을 찍어 실손24앱 등을 통해 별도로 보험회사에 전송(첨부) 가능하다.

전산 청구 가능 병원 안내를 위해 실손24의 ‘내 주변 병원 찾기’ 기능이 제공된다. 또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네이버, 카카오, 토스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병원에서 결제가 이뤄진 경우 자동 알림과 함께 보험금 청구를 위해 실손24 앱 연계 기능이 제공된다. 네이버와 토스는 25일 오전 9시부터, 카카오는 정오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지도 앱 서비스 업체와도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내년 10월 25일부터 전국 의원(7만개)과 약국(2만5000개)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참여 병원 늘어나야 서비스 체감 효과 커져 =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병원들의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보험사와 보험 소비자간 문제에 병원이 개입할 경우 비용과 행정력 투입 등 불필요한 부담 증가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와 서류전송 요쳥은 병원이 아닌 소비자가 앱을 통해 직접 수행하고 소비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가 요양기관에서 자동으로 보험사에 전송되는 방식이라서 병원의 행정 부담은 없다. 또 보헙업법에 따라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관련 비용은 보험회사가 부담하게 돼 있다. 또 병원이 민원에 응대하지 않고 보험사가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별도의 콜센터도 운영된다.

25일 보험개발원이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와 함께 개최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오픈행사’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아직 미참여한 병원과 전자의료기록(EMR) 업체 빠르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의료계 오해를 불식하는 자료 배포 등 설명을 강화하고, 임의 기구였던 ‘실손 청구 전산화 TF’를 법정 기구화해 의료계와의 소통 채널을 정례화·공식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내년 10월부터 의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되는 만큼, 병원 연계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보험업계는 별도 전담팀을 지금부터 구성해 의원·약국 참여를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인해 보험가입자는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누리고 요양기관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보험회사는 민간 사회안전망으로 가치를 높여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