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부코핀은행에 3조1천억 투입…부실위험 ‘최우선 과제’
1조5천억 투자 외에 대출·유동성 지원 등 1조6천억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난항 … 경영정상화 난관
24일 국감, 조승래 “엄청 심각” … KB “내년부터 흑자”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현 KB뱅크) 인수를 위해 투자한 1조5122억원 이외에 1조6000억원 가량의 지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3조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부코핀 은행은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년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향후 얼마나 더 추가 자금이 들어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돼버린 부코핀은행은 KB국민은행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은 “국민은행이 2018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번에 걸쳐 1조5122억원을 투자했고 후순위 대출로 2577억원, 기타 유동성 지원으로 8900억원 등 1조1000억원 이상의 지원은 물론 부코핀은행이 산업은행 싱가포르 지점에서 차입한 4000억원에 대한 지급보증 등까지 합치면 위험 노출금액(익스포저)이 약 3조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KB국민은행의 자기자본은 39조원 수준으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대한 투자를 위해 자기자본의 8% 정도를 사용하게 된 것인데, 엄청나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강남채 KB국민은행 부행장(글로벌 사업 그룹 대표)은 조 의원이 “KB입장에서 부코핀은행 경영정상화가 최우선 과제가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이 완전자본잠식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709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하지만 부코핀은행은 올해 4월 한국산업은행 싱가포르 지점에서 3억달러(4000억원)의 대출 자금을 지원 받았다. 대출 자금은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단기 대출을 상환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국민은행의 지급보증을 통해 차입된 자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국민은행이 산업은행을 통해 우회지원을 한 셈이다. 이 때문에 부코핀은행이 점차 정상화 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상황이 더 악화되고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 1분기 재무보고서도 제출하지 못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1조원 이상의 투자·지원이 이뤄졌지만 경영정상화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이 난항을 겪으면서 영업이 속도를 내기 어려워졌다. 부코핀은행은 업무의 70%가 수기로 관리되고 있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조 의원은 “부코핀은행 주요 정상화 계획으로 부실자산 감축, 영업 부문 확대,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기반 정상화 등이지만 1000억원을 들여 20개월 동안 진행된 전산시스템은 올해 7월 오픈하려다가 잘 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출 실행일과 만기일 정보도 (자동으로)기록되지 않으니까 당연히 스케줄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기준금리가 수기로 관리돼 있으니까 이자 계산이나 이런 것들을 전산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산시스템을 구축 과정에서 기존 여신 데이터를 가져와서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전산시스템 구축에 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강 부행장은 “(부코핀은행이) 2026년도에 흑자 전환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빠르게 해서 내년도에 흑자전환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규모 부실 건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잘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