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장형진 영풍 고문
석포제련소 환경오염·노동자 사망에 사과
국회 증인 출석 … “정부 대책 따르겠다”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 장형진 고문이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장 고문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과 주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영풍이 운영하는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는 각종 유해물질 유출사고와 중대재해가 반복돼 지탄을 받아왔다. 환노위는 그동안 영풍 경영진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소환했으나 이렇다 할 개선이 없자 회사 소유주(동일인)인 장 고문을 지난 8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장 고문은 일본 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은 바 있다.
환노위의 재소환으로 이날 장 고문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자 여야를 막론하고 사과 요구가 이어졌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으로 독극물을 낙동강에 무단 배출한 점, 대기오염물질 측정자료 조작,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근로자 사망 등 모든 부분을 봤을 때 (영풍의) 실질적 오너인 장 고문의 대국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장 고문은 “여러 사유로 앞선 국감에 출석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9월 13일부터 10월 23일까지 진행됐기에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고문이 ‘국감 불출석’에 대해서만 사과하자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영풍의 실질적인 소유자로서 국민과 여러 희생자에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장 고문은 “국민과 주민에게 송구하고 송구하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장 고문은 “여야 구분없이 (석포제련소) 문제를 지적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데 안일하게 불법을 자행한 데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도 “여러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장 고문은 또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다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사과를 촉구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1970년 문을 연 석포제련소는 연간 아연 생산량이 40만톤으로 단일 제련소로는 세계 4위급인 거대 제련소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는 그동안 카드뮴 오염수를 배출하다 적발되는 등 환경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비판을 받아왔다. 2013년 이후 10년간 환경법령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가 76건에 이른다.
석포제련소에서는 노동자 사망사고도 이어져왔다. 1997년 이후 석포제련소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5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도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숨졌고, 올해 3월에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8월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이에 따라 박영민 석포제련소 대표와 배상윤 석포제련소 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장 고문은 이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면 이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철우 경북지사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석포제련소 이전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부안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