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 사건 재심’ 고 윤이상 “강압수사, 무죄돼야”
변호인 “조작된 사건”
검찰 “가혹행위 없어”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작곡가 고 윤이상(1917~1995)씨에 대한 재심에서 변호인측이 수사기관의 강압 수사를 지적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권순형 부장판사)는 24일 윤이상의 유족이 신청한 재심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에서 확인된 것처럼 수사 개시부터 불법 납치·감금으로 시작됐다”며 “계속된 고문으로 피고인은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압에 의한 조작사건으로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불법 구금에 대해서는 별도로 주장하지 않겠다”면서도 “불법 구금 이외에 가혹행위가 인정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재심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추가 증거를 제출받기 위해 12월 12일 한 차례 더 공판기일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주도한 대규모 공안사건으로, 유럽에 있는 유학생 등 194명이 옛 동독의 동베를린을 드나들며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윤이상은 1967년 6월 독일에서 국내로 압송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년간 복역했다. 당시 법원은 간첩 혐의는 무죄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그는 풀려난 뒤 서독으로 추방돼 1995년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활동했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당시 박정희 정권이 정부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동백림 사건을 ‘대규모 간첩사건’으로 확대·과장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유족측은 지난 2020년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해 5월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불복해 검찰이 항고했으나 올해 7월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57년 만에 재심이 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