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역풍에 연립여당 대표도 ‘고배’

2024-10-28 13:00:01 게재

27일 일본 중의원 총선

여당 각료들 줄줄이 낙선

2009년 이후 15년만에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의 과반 의석을 무너뜨린 27일 일본 중의원 총선 결과는 ‘비자금 스캔들’의 역풍에 따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은 자민당의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28일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촉발된 정권 심판론으로 연립 여당 공명당 대표와 현직 각료들까지 고배를 마셨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 이시이 게이이치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해 오다 수도권인 사이타마 14구에 출마했으나, 국민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이시이 대표는 비례대표에 중복으로 입후보하지 않아 그대로 낙선이 확정됐다.

공명당 대표가 낙선한 것은 자민당·공명당이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취임한 이시이 대표의 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야마구치 나쓰오 전 대표는 취재진에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명당은 지역구 11곳에 후보를 냈으나 4명만 당선됐다. 이시이 대표는 비자금 문제에 휘말린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한 것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현직 각료인 마키하라 히데키 법무상과 오자토 야스히로 농림수산상도 총선에서 낙선했다.

현직 각료가 낙선한 것은 2016년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처음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이토 다다히코 부흥상은 지역구에서 패했지만, 비례대표로 부활했다.

28일 오전 4시 현재 NHK가 출구 조사와 개표 상황 등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중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출마한 스캔들 연루 의원 46명 중 62%인 28명이 낙선자(낙선 확실 포함)로 분류됐다. 46명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여론이 심상치 않자 공천을 주지 않아 무소속으로 출마한 10명과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지 않은 34명, 비자금 스캔들 때문에 훨씬 전에 탈당한 2명이며 대부분은 옛 아베파다.

연루 의원 중 당선자 비율은 39% 수준으로, 전체 자민당 입후보자(342명)의 경우 62% 이상이 당선된 데 비해 훨씬 낮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여성 당선자는 모두 73명으로 기존 최다인 2009년 54명을 넘어섰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전체 입후보자 1344명 중 여성 비율도 23.36%로 처음으로 20%를 돌파한 바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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