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 ‘관치 금융’과 은행 위기
중국의 부동산 경기침체가 금융 위기로 번질 조짐이다. 증시에 공시한 42개 대형 중국 상장 은행이 상반기에 감축한 인원만 4만명이다. 이 중 2만명은 6대 시중은행 소속이다. 6대 은행은 중국 전체 대출의 6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가장 큰 중국공상은행은 자산 규모 세계 1위다. 대마불사나 철밥통으로 불리던 국유은행마저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침체 금융위기로 번질 조짐
최근 1개월 사이 퇴직한 상장사 고위 간부 1100명중 절반이 은행 출신들이다. 은행원 임금도 상반기 기준 평균 5321위안 줄어든 상태다. 월 급여로 따지면 887위안 깎인 셈이다. 중국 전역의 은행원은 255만명 정도다. 42개 상장 은행의 구조조정은 한마디로 ‘새 발의 피’인 셈이다. 은행 위기의 원인은 지난 2년간 줄어든 대출 수요에 있다.
경기침체로 문 닫는 중소기업이 늘어난 데다 가계도 부동산 대출 조기 상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국내GDP 성장의 30% 이상 담당해 온 부동산 투자는 9월 말까지 10% 정도 감소했다. 이자 장사로 먹고사는 은행의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앙은행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1%, 부동산 대출 기준인 5년 이상 LPR을 3.6%로 각각 0.25%p 씩 인하한 배경이다. 0.5%p 인하한 은행 지급준비율도 연말까지 추가 인하를 예고한 상태다. 3분기 말 기준 GDP 성장률이 4.8%에 머물자 유동성 공급을 늘리려는 의도다.
하지만 대출금리를 인하해도 대출해줄 곳이 마땅치 않다. 대출은 은행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준다. 국제 금융계에서 통용되는 예대마진율 경계선은 1.8%다. 그 이하로 하락하면 임금 삭감과 감원이 불가피하다. 중국 국유은행의 경우 2022년 1분기 2%이던 예대마진율이 지난해 3분기 1.5%까지 하락한 상태다. 최대은행인 공상은행의 예대마진율도 1.43%에 불과하다.
중국은 관치금융 시스템이다. 공상은행의 주주구성을 보면 1대 주주는 국무원 산하 투자공사다. 외화 보유액 등을 투자하는 기관이다. 나머지 재정부와 연기금 등 국가 지분을 합치면 70%에 달한다. 지방정부는 지방은행을 가지고 있다. 수천 개에 달하는 농촌 상업은행도 지역 행정 단위 소속이다. 상장 은행도 독립 경영을 하는 게 아니다.
공상은행의 경우 철도그룹 석유화학 군사기업에 대출을 책임지는 구조다. 철도그룹의 상반기 매출은 6000억위안 규모지만 영업이익은 제로다. 고속철의 경우 4만5000km 영업 노선 중 이익을 내는 구간이 6%인 2300km에 불과하다. 공상은행의 지난해 대출 26조위안 중 철도그룹 비중이 10% 이상이다. 철도그룹 부채 중 36.1%가 공상은행 몫인 셈이다.
현지 지방정부의 지배를 받는 도시 상업은행의 대출구조도 마찬가지다. 주민의 저축자금을 현지 정부 수요에 맞게 배정해줄 뿐이다. 은행이 지방재정위기를 고스란히 떠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IMF 통계를 보면 지방정부에서 설립한 융자공사의 미상환 부채는 65조위안 규모다.
지방정부에서 직접 발행한 채권을 합치면 부채는 GDP의 85%다. 중앙정부 부채를 더하면 GDP의 100%를 넘는다. 국제적인 경계선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방정부가 숨겨놓은 그림자 부채는 파악조차 힘들다. 은행의 감가상각 충당금은 통상 1% 수준이다. 은행도 거액의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다.
정부주도 관치금융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조성 시급
정부 주도로 상업은행 자금을 기술 분야에 투입하는 정책도 시장 규칙에 안 맞는다. 간접금융으로는 기술 창조 융자 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새로운 융자플랫폼을 육성하고 금융시장과 매치시키는 게 후 공업화 단계에 접어든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기술 융자는 은행이 아닌 직접 금융시장인 증시에서 이루어지는 게 맞다. 중국 자본시장이 시급한 진짜 이유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