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후총회 초읽기…이번에도 쟁점은 ‘기후재정’
국제탄소시장 실질적 이행을 위한 합의 이뤄질까
해리스냐 트럼프냐, 미국 대선 결과 영향 무시 못 해
이번에도 역시 ‘돈’이다. 11월 11~2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9)의 최대 쟁점은 기후재정이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1조달러 이상이 기후행동에 투자됐다. 이는 10년 전 수천억달러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기후재원으로 1000억달러 이상을 제공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곳에 비하면 이 정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COP29에서 모든 정부는 개발도상국의 요구에 진정으로 부응하는 새로운 국제 기후재정 목표에 합의해야 한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17일 미국 두뇌 집단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세계경제발전프로그램 화상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자발적 탄소배출권 운영기관인 베라(Verra)도 참여했다.
선진국들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개도국들에 2020년까지 연 기후재원 100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25일 환경부 관계자는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자본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개도국들도 한정된 재원 범위의 한계에 대해서 이해하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가겠다는 상황이지만 공여국의 범위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8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G20 국가는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기후재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1년에 올해까지 NCQG 수립하기로 = 지난해 11~12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개발도상국의 기후 완화 및 적응 이니셔티브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이미 약속한 1000억달러를 기반으로 2024년 말까지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NCQG)수립을 위한 작업 방식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2024년까지 NCQG를 수립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NCQG를 논의하기 위해 2024년 콜롬비아 본 바쿠 등에서 기술전문가 대화와 회의가 이뤄졌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회의에서는 NCQG 규모와 관련해 연간 1조달러부터 1조3000억달러까지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또한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를 제공한다는 식의 단일층위 목표로 할지, 아니면 △투자층 △정책층 △공공재원 핵심층 등 다층위 구조를 선택할지 의견이 다양했다. 기간 역시 5년 10년 25년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기여자와 수혜자의 범위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보고서에서는 “2024년 동안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투명하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했고 각 회의를 통해 협상문 초안 프레임워크 개발에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NCQG의 요소들 간의 상세한 상호연계성을 고려할 때 COP29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작업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1.5℃ 억제를 위해 이번 NCQG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높은 감축 잠재력을 가진 신흥경제 개발도상국들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의욕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후재정 규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다. 대선 후보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이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정반대다.
미국은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한 뒤 2020년 공식 탈퇴가 완료됐다. 이후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바로 공식 재가입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져 = 기후재원과 함께 이번 COP29에서 관심 사항은 역시 탄소시장이다. 본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분을 국가 간에 거래하는 방법에 관한 규칙은 2018년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0년 이전 발행된 감축분 인정, 온실가스 감축분 거래 시 이중사용(double counting) 방지 등 여러 쟁점에 대해 개도국-선진국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시장메커니즘을 제외한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만 채택한 뒤 막을 내렸다.
2019년 스페인에서 열린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COP26에서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COP28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제탄소시장과 관련한 파리협정 조약은 제6조다. 이 중 핵심은 제6.2조와 제6.4조다. 10일 파리협정 제6.4조 메커니즘의 감독 기구는 크레딧 메커니즘(배출권거래시장) 방법론과 탄소 제거에 대한 2가지 표준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마리아 알지시 파리협정 제6.4조 감독기구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기준들의 채택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민첩한 탄소시장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안으로 최종 합의는 COP29에서 이뤄진다.
덩달아 민간 주도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개인 △기업 △정부 △비영리 단체 등 다양한 조직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사업에 참여해 탄소크레디트를 창출하고 거래할 수 있는 민간 탄소시장이다.
2021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시장은 2030년까지 2020년(1억톤 수요) 대비 15배(15억톤 수요)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2030년 시장 규모가 500억달러에 달하고 2050년까지 100배 규모로 늘어난다고 내다봤다. 이는 10년 안에 자발적 탄소시장이 규제적 탄소시장과 비슷한 규모가 될 거라는 의미다.
25일 이시형 세종대 겸임교수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탄소시장 관련 방법론이 확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탄소 감축 활동을 평가하는 인증시스템의 신뢰성 확보도 필수다. 감축 효과 측면에서의 정확성과 영구성, 검증 측면에서의 개방성과 투명성 등 무결성이 중요한 요소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파리협정 = 2020년 끝난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한다. 선진국의 선도적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모든 국가가 전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해야 한다. 국제사회 공동의 장기목표로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하고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
●교토의정서 =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과불화탄소(PFCs) 수소화불화탄소(HFCs) 육불화황(SF₆) 등 6가지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도록 합의한 국제협약이다. 교토의정서는 2005년 2월 공식 발효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표적인 국제 규약으로 자리 잡았으나, 개도국의 대표주자인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제외되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이탈하면서 반쪽짜리 규약이라는 한계를 갖게 됐다. 교토의정서는 2020년 만료됐다.
●자발적 탄소시장 = 산림보전이나 저탄소 연료로 전환 등 상쇄사업(자발적 탄소감축 사업)을 하고 배출량 시나리오를 비교해 얼마만큼 감축이나 제거했는지를 정부나 유엔이 아닌 제3의 민간기관이 인증하고 발행한 탄소상쇄 크레디트를 거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