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충동 감지 후 24시간이 황금시간
예산 늘려 자치구별 상담소 확대
기존 상담센터 인력충원·역량강화
이웃 통한 관리, 위험군 선제발굴
서울시가 ‘외로움과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첫번째 방안으로 자살률 감소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 문제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로움 고립·은둔과 자살은 원인이 비슷한데 양상이 다르게 나오는 문제들”이라며 “자살은 외로움과 고립은둔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유는 상황의 심각성이다. 서울시민 10만명 당 자살률은 지난해 23.2명으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27.3명보다는 낮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7명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높은 수치다. 서울시민 2명 중 1명(52.5%)은 스스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지난 3년간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상승(6.5% → 8.4%)했다.
서울시가 이번 대책 수립에서 가장 중점을 둔 대목은 마음돌봄이 필요한 시민 누구나 공공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기존 고위험군 위주 관리와 지원이 시민들의 우울감 해소, 자살률 감소에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예산을 대폭 늘린다. 올해 179억원이던 관련 예산을 내년 295억원, 2026년에는 440억원까지 증액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자치구별 상담소를 확대하고 일상 속에서 마음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공간과 각종 지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예산은 미국 유럽 등과 비교해 1/5이 안되는 수준”이라며 “정신건강을 개인의 나약함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이 영향을 끼친 결과”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자살예방 골든타임’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살예방은 충동 발생 후 첫 24시간이 중요하다. 이 시간 안에 돌봄인력 또는 상담사와 연락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실제 자살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크게 좌우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 사람이라도 자살 충동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극심한 외로움에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의 손을 잡아 주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담센터 낮은 응답률 ‘개선’ = 하지만 공공의 자살률 감소 대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서울시 자상예방센터 응답률은 50%에 그쳤다.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는 이들은 그나마 살릴 가능성이 많은 대상군이지만 절반은 상담사와 전화할 길이 없었다.
시는 50%에 그쳤던 응답률을 대폭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예산 확충을 통한 상담 인력·센터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상담인력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긴급 상황에 출동까지 담당하는 바람에 응답률, 특히 야간 시간대 는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었다.
예방대책의 또다른 축은 자살 위험률이 높은 시민에 대한 선제적 발굴이다. 서울 자치구들이 모범적으로 펼쳐왔던 지역사회 내 돌봄이 좋은 참고가 됐다.
촘촘한 통·반장 조직, 봉사네트워크를 통해 위험군을 상시 관리하고 위기 시 긴급 출동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면 일상적 마음 관리와 함께 자살률 감소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관계자는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빈부격차, 다양한 차별, 계층이동 사다리 붕괴 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시민들 정신건강 문제를 사회가 도와야 한다는 인식 전환, 정신건강은 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분야라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