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취임 100일 맞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그늘’ 탈피…‘정치인 한동훈’ 변신은 여전한 숙제
민심 좇아 윤 대통령과 차별화 … 20여년 검찰 인연에서 벗어나
‘검사 한동훈’ 넘을 성과 못 내 … 국가 이끌 ‘국정 청사진’ 감감
평생 검사로 일해 왔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2023년 12월 26일)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당 대표에 취임한 지는 오는 30일로 100일을 맞는다. 대표 100일만으로 평가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지만, 20여년 검찰 인연으로 얽힌 윤석열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로 꼽힌다. ‘정치인 한동훈’으로서의 성과와 국정철학은 여전히 숙제로 남은 모습이다.
28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한 대표는 성과와 한계가 엇갈린다는 평가다.
1973년생인 한 대표는 지난 2001년부터 2023년까지 검사와 법무부장관으로 지냈다. 평생을 검사로 지낸 셈이다. 그중 대부분 기간을 윤 대통령과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대통령으로 승승장구할 무렵 특검 수사팀원→서울중앙지검 3차장→대검 반부패강력부장→법무부장관으로 호흡을 맞췄다. 윤석열사단의 핵심으로 불렸다. 정치 입문도 윤 대통령 뜻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한 법무장관을 발탁했다. 여권 내부의 반대도 거셌지만, 한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신뢰를 꺾을 수 없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을 시도한 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겨냥해 ‘국민 눈높이’를 앞세우면서 부터다. 한 대표는 민심을 앞세워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에게 3대 요구(△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절차 협조)를 내놨고, 특별감찰관 도입도 밀어붙이고 있다. 국정감사 뒤인 내주 초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특별감찰관을 둘러싼 공방도 불사할 계획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건 ‘국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게 친한의 설명이다. 민심을 좇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이견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27일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당 대표로서 여러 가지 이견을 많이 내고 있다”며 “제가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에게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이견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전체가 살기 위해 민심을 좇아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낸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한 대표가 자꾸 이견을 내면서 윤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여론은 한 대표를 ‘윤석열 키즈’로 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정치인 한동훈’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한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민심을 판단의 제1잣대로 삼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친한 인사는 “(한 대표가) 민심을 읽는 감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인 한동훈’으로서의 성과와 국정철학은 여전히 숙제로 남겨진 모습이다. 한 대표는 대표 100일 동안 국회와 대야관계, 입법, 민생과제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다른 친한 인사는 28일 “용산이 사사건건 견제하고 방해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무슨 성과를 남길 수 있겠냐”면서도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유념해서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변화와 쇄신, 민생이슈를 거듭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자신이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주도하고, 어려운 민생경제 회복·지원 방안을 내놓아 ‘정치인 한동훈’의 성과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유력 차기주자로 꼽히는 한 대표의 국정철학이 여전히 불투명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한 대표는 차기주자로서 정치·경제·외교·국방 등 주요 국정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다. 국민에겐 윤 대통령·야당과 싸우는 장면만 머릿속에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을 뛰어넘는 ‘준비된 국정 청사진’을 내놓지 못한다면 ‘제2의 윤석열’이라는 비아냥거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