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피의자 가족만 압수수색 참여 “위법”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1·2심 징역 10개월 선고
대법 “위법한 압색” 파기
피의자 본인 없이 정신질환이 있는 피의자 자녀만 압수수색에 참여시킨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녀의 정신과 치료 내역 등을 볼 때 참여능력이 없으므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5월 서울 구로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안방 금고에 대마 약 0.62g를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수사기관은 2019년 5월 사우나에서 소란을 피우며 재물을 손괴하는 등 다른 혐의로 B씨를 현행범 체포한 뒤 A씨 주거지인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수사기관은 현장에서 안방 금고에 있던 대마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
문제는 압수수색 당시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A씨의 딸 B씨만 아파트에 있었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을 실시할 때는 피의자나 변호인 또는 주거주 등을 반드시 참여시켜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A씨의 딸은 IQ 57 정도의 정신지체 장애가 있었다. 성년 후견 개시심판을 받기도 했다.
1심과 2심은 해당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봤다.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들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형사소송법은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거주자나 이에 준하는 사람을 참여하게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는 이웃 등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A씨의 딸은 사건 이전까지 약 3년간 정신질환 관련 증세로 10여회 입원 치료를 받았고, 심리평가에서도 지적장애 등이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참여하는 이는 최소한 압수수색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참여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행위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하는 등의 헌법적 요청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 딸의 압수수색 절차 참여능력이 부족했다고 볼 여지가 있고 수사기관도 그의 정신과 치료 내역 등으로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A씨 딸만 참여시킨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형식적으로 주거주 등이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 절차보장이 어려우므로, 압수수색의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참여능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