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병원 외주사가 받으면 “위법”
법원 “의사가 직접 받아야”
의사가 병원경영지원회사(MSO)와 계약을 맺어 진료비를 받게 한 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진료비는 의료행위 주체인 의사가 직접 받아야 한다는 이유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의사 A씨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MSO 두 곳과 계약해 병원을 운영했다. MSO는 병원에 인력관리, 진료비청구, 경영컨설팅, 마케팅 등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주업체다.
A씨와 계약한 MSO들은 환자로부터 직접 진료비를 지급받은 후 매출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을 발행했다. 이후 여기에서 병원관리용역과 결제대행 수수료를 공제한 금액을 A씨에게 줬고, A씨는 이에 대한 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세무 당국은 2019년 5~9월 A씨 등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MSO들을 신용카드 위장가맹점인 것으로 보고 A씨에게 2016~2018년분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총 7억2000여만원에 달하는 부가사치세 및 종합소득세를 경정 고지했다. 통상적으로 소득을 축소해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이용되는 ‘위장가맹점’으로 A씨가 MSO들을 활용했다는 취지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고, 조세심판원의 경정 결정을 거쳐 세액은 4억9000여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A씨는 “정부가 MSO 제도 도입을 권고함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하고 그에 부합한 세무 처리를 했고, 조세수입일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래가 정당했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며 세무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해 A씨가 내야 할 세액이 줄어들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세액에 영향이 있는지를 떠나 이는 허위 세금계산서인 만큼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MSO가 의료기관이 아닌 만큼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며 “A씨와 거래한 MSO들도 병원 관리나 결제대행 용역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는 환자들로부터 의료비를 직접 받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자신의 매출로 세무 처리하고, MSO들은 A씨로부터 병원 관리 및 결제대행 용역대금을 받아 A씨에게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어야 한다”고 짚었다. A씨가 진료비 처리와 용역대금 결제 등 업무를 따로따로 처리했어야 했다는 취지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