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적으로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합성 니코틴의 올해 수입량이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규제와 과세를 앞두고 업계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합성 니코틴을 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합성 니코틴 수입량은 316톤이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입량(216톤)보다 46.3% 많은 것이다.

합성 니코틴 수입량은 2020년 218톤에서 2021년 98톤으로 줄었다가, 2022년 121톤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수입량은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다.

국회 등에서 합성 니코틴을 담배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수입량이 늘었다는 것이 박 의원의 분석이다.

월별로 보면 합성 니코틴 수입량은 지난 6월까지 월평균 26.8톤에 그쳤다. 하지만 개정안이 발의되기 시작한 7월부터 수입량이 월평균 51.7톤으로 늘었다.

현행법상 합성 니코틴은 담배로 규정하지 않는다. 현행 담배사업법 2조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 니코틴은 담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합성 니코틴은 규제와 과세 사각지대에 있다.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소비세법에서는 2021년부터 연초의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 액상에도 세금을 부과한다. 현재 천연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1ml당 1800원의 제세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다. 궐련과 전자담배 등으로 걷어들이는 담배 제세부담금은 2023년 기준 11조7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화학적 합성으로 만든 니코틴을 사용하는 전자담배는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고 세법에 관련 규정도 없어 담배 관련 과세가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는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유통량을 파악하기 어렵고, 유해문구 및 경고그림 없이 학교 앞에서 판매해도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

이런 이유로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젊은층, 특히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합성 니코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자 국회도 이에 대응해 이를 담배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는 합성 니코틴 규제를 위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6건 발의됐다. 정부도 합성 니코틴을 담배사업법 정의에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관련법 개정으로 현행 담배사업법 기준이 합성 니코틴에도 적용되면 2만원대인 30ml 액상 가격이 3.5~4배 오른 7만~10만원이 될 전망이다. 액상 30ml와 비슷한 흡연량인 궐련형 담배 1보루의 가격(4만5000원)에 비해서도 최소 3만원이 비싸다.

박 의원은 “여야 할 것 없이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보니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규제와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합성 니코틴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법의 조속한 통과는 물론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