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일본발 금융시장 변동성 주시해야
일본 총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참패했다. 단독으로 총리 선출은 물론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도 불가능해졌다. 일본 정치권은 당분간 자민당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100석 안팎 중소 야당을 끌어들여 차기 내각을 구성하려고 합종연횡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자민·공명당+알파’ 방식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듯하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8일 총선결과 분석 보고서에서 “야당 일부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지금보다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자민당의 유력한 연립 또는 사안별 협력 상대로 거론되는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은 소비세를 현행 10%에서 각각 8%, 5% 수준으로 낮추자는 공약을 내세웠다.
게다가 이들 야당은 세금은 낮추자면서도 재정은 더 풀자는 기조다. 각종 보조금 지급 대상을 저소득층에 국한하지 말고 범위와 대상을 더 넓히자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으로 110조엔(약 1000조원) 이상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금을 낮추고 재정을 더 풀자는 야당과 협력하려면 추경예산도 더 편성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2년 이상 엔저로 덕을 본 기업들이 예상보다 법인세를 더 납부하면서 균형재정 조기실현에 의욕을 보이는 자민당 재정건전파와 갈등할 수도 있다.
감세와 재정 확충은 국채의 추가 발행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본은행 통화정책은 올해 말 내년초 쯤으로 예상되는 추가 금리인상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급변동할 수도 있다. 당장 28일 외환시장에서 약 3개월 만에 달러당 153엔까지 상승했다. “일본 국내정치 불안정과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블룸버그통신)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엔·달러 환율 변동성은 원·달러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엔 동조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외환시장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8월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로 이어지고,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1차투표와 결선투표 결과가 달라지면서 불과 1시간 만에 환율이 달러당 5엔 가까이 요동쳤던 점도 일본발 불안 요소를 보여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굉장히 높게 오르고, 상승속도도 빠르다”며 “다음달 통화정책방향 결정시 환율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실질GDP 성장률(0.1%) 충격으로 기준금리 완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이 갈수록 좁아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일본 주식시장 등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신중한 접근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