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고향사랑기부제 ‘자율성’이 답이다

2024-10-29 13:00:01 게재

올해로 2년차에 들어선 고향사랑기부제 때문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고향사랑기부제의 상반기 모금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7% 줄어든 199억8000만원에 그쳤다.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행안부가 다시 자료를 공개했다. 10월 23일까지 집계한 기부금 총액은 332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323억원과 비교해 9억원가량 더 많았다는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세액공제 혜택으로 연말에 기부가 집중되는 만큼 하반기에 실적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추가자료 공개에도 고향사랑기부제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중앙정부의 지나친 통제로 고향사랑기부제 성장 더뎌

전문가들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원인으로 중앙정부의 지나친 통제를 지적한다. 그간 행안부는 정부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기부가 가능하도록 했다. 민간플랫폼을 통하면 기부한도액과 주소지 기부금지 조건이 지켜지기 어렵고 지자체간 과열경쟁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고향사랑e음’을 통한 기부는 기부방식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복잡해 편의성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고, 아직까지 제대로 고쳐지지 않았다.

고향사랑e음의 불안정한 서비스도 우려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따르면 고향사랑e음은 서비스 시작 이후 장애발생이 4건 있었고 장애 조치 등을 위해 서비스가 중단된 시간만 2252분(37시간)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민간플랫폼이 허용된 것은 다행이지만 우려되는 지점은 있다. 민간플랫폼을 통하더라도 고향사랑e음을 통해 기부자의 주소지 정보와 기부한도액을 확인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고향사랑e음에 오류가 생기면 민간플랫폼의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행안부가 민간플랫폼 허용 등 좀 더 일찍 제도개선에 나섰더라면 올해 기부금 실적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민간플랫폼과 지정기부의 중요성은 고향사랑기부제를 먼저 실시한 일본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일본도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초기인 2009년에는 기부금액이 77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민간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모금액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다. 민간플랫폼은 지정기부 등 기부금 사용목적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기부방법도 간편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첫 해부터 민간플랫폼을 통한 지정기부 방식이 시도됐다. 가장 먼저 강원도 양구군이 지난해 1월 ‘꿀벌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해 4일 만에 1000여만원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광주 동구, 전남 영암군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자체는 지자체 과제 해결을 위해 민간플랫폼을 통한 지정기부를 실시했다. 특히 광주 동구의 경우 민간플랫폼에서 걷은 모금액이 정부플랫폼인 고향사랑e음 모금액보다 네배 가까이 많았다.

지역에 소아과 전문의가 한명도 없었던 전남 곡성군은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라는 지정기부로 넉달만에 전국에서 기부금 8000만원을 모았다. 지금은 모금액으로 출장진료를 하고 있는 소아과 전문의 한사람의 출장수당을 지급하는 수준이지만, 올해 말까지 지정기부를 통해 소아과 전문의 1년 연봉인 2억5000만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자체들이 지난해 민간플랫폼을 통한 지정기부 모금을 중단한 것은 행안부의 간섭 때문이다. 행안부는 “제도 시행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지자체를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민간플랫폼 허용 계기로 지자체에 자율성 최대한 부여해야

뒤늦게 행안부가 지난 8월부터 민간플랫폼 개방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올해 안에 실적을 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17개 기업이 사업 참여를 신청한 상태인데 이 가운데 연내 모금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은 2~3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에 자율성을 줘야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40여개 민간플랫폼을 활발히 활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고향납세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일본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아울러 정부는 지자체가 기금사업 선정, 모금, 플랫폼 활용 등에 주도권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길 바란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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