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캐피탈사 부실 수면 위로…첫 적기시정조치 예고
CNH캐피탈 이어 2~3곳 더 나올 수도
M&A 등 업계 구조조정 본격화될 듯
CNH캐피탈이 캐피탈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형 캐피탈사들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에서 적기시정조치 대상 등급을 받은 또 다른 캐피탈사는 아직 없지만 경영상태가 부실한 2~3곳이 집중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면서 캐피탈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30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CNH캐피탈의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감독원은 CNH캐피탈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했으며 종합평가와 부문별 평가에서 4등급(취약) 이하의 낮은 등급을 매겼다.
저축은행의 경우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 등급이 3등급이거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평가 등급이 4등급 이하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될 수 있지만, 캐피탈사는 거의 모든 평가에서 4등급 이하가 나와야 적기시정조치 대상 등급이 된다. 저축은행은 고객의 예적금을 보관하는 수신 기능이 있어서 보다 엄격하게 건전성을 따지기 때문에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두 업계의 기준 적용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오른 캐피탈사의 경영상태가 더욱 심각하다는 얘기다. 6월말 기준 CNH캐피탈의 연체채권비율은 25.24%, 유동성비율은 26.34%에 그쳤다. 유동성비율은 금융당국 최소 권고치인 100%에 한참 미달하는 수치다. 지난 3월 53.96% 보다 절반 이상 하락했다.
CNH캐피탈은 개인사업자인 PC방에 주로 리스를 해줬으며, PC방 영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체 규모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PC방 매장 수는 7484곳로 전년 동기 대비 527곳이 줄어드는 등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CNH캐피탈은 중소형 업체로 회사채 발행 등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카드·은행, 대형 캐피탈사 등에서 자금을 차입해 영업하고 있다. 높은 금리에 자금조달 비용은 증가했고, 연체가 늘면서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CNH캐피탈은 급기야 차입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리스 과정에서 설정한 담보채권을 대출해준 금융회사에 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H캐피탈은 개인사업자 대출·리스 부실이 커지면서 위기에 빠졌지만, 다른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연체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PF 부실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M캐피탈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인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웰컴캐피탈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전성이 악화된 캐피탈사는 외부 자금조달이 어려워서 대주주가 증자를 하거나 매각을 통한 인수합병(M&A)으로 정상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증자와 M&A를 못하는 부실 캐피탈사들은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캐피탈사들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경영개선 요구·명령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문을 닫게 된다. 일각에서는 캐피탈사 몇 곳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