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유급 현실화 임박 … ‘의대생 조건 없는 휴학’ 승인하나

2024-10-29 13:00:19 게재

의료계 이어 국립대총장·종교계도 한목소리 건의 … 교육부, 긍정적 검토 중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게 ‘조건 없는 휴학’을 승인하라는 요구가 의료·교육계는 물론 종교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년 3월 복귀를 약속한 의대생에게만 조건부로 휴학을 승인해준다는 정부 방침이 오히려 의정갈등 해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도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끝이 보이지 않았던 ‘의정갈등’에 출구가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빠르면 29일 오후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조건부 휴학 대신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국총협)는 28일 건의문을 발표하고 “의대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제출한 휴학원을 대학별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국총협은 의대를 둔 국립대 10곳 총장들의 협의체다.

총장들은 건의문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발표 이후 발생한 의정갈등과 의과대학 학사 운영 차질이 8개월을 넘어서고 있다”며 “학생들이 의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의학교육 과정이 한없이 지체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의과대학 학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제출한 휴학원을 대학별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하며, 정부는 휴학원의 대학별 자율적 승인이 내년도 학생 복귀의 선결 조건이라는 인식을 대학과 함께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총장들은 “지금 같은 의정 대립과 의대 학사 차질이 지속된다면 국민 건강을 책임질 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이 우려스러워지고 의대생들의 큰 피해가 예견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요 종교단체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도 입장문을 내고 “의료 현장의 공백을 없애기 위하여 대학이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기 바란다”고 정부에 제언했다.

종지협은 또 “2026년도부터 원점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2025년 의대 입시 정원은 각 대표 단체가 참여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추계기구를 구성하여 학사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중재안에 대해 “정부는 의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의 입장을 천명해 주시고, 의료계에서는 여야의정협의체에 적극 참여해 조속한 논의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주시기 바란다”고 종지협은 당부했다.

중재안은 종지협 공동대표의장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6명의 공동대표인 정서영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최종수 유교 성균관장, 윤석산 천도교 교령,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명의로 발표됐다.

지난 18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산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경상국립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부산대 의과대학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 소속 교수·학생들이 조건없는 휴학과 대학 자율성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이달 내 미복귀땐 제적·유급 위기 =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휴학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동맹 휴학’이라 절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육부는 지난 6일 발표한 ‘의대 학생 정상화 비상대책’에서 동맹휴학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에만 조건부로 휴학을 승인하게 했다. 특히 미복귀 시에는 제적·유급 조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올 2월에 낸 휴학계를 조건 없이 승인하라”며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는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제적을 막기 위해 조건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휴학을 승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도 대치가 이어질 경우 대규모 유급이나 제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대학 재량으로 휴학계를 승인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이달 중에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연간 필수 수업 시수를 채우지 못해 유급·제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제적된 의대생들이 정부나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총장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올 4월에도 국립대 총장들의 자율 감축 건의를 받아들이며 내년도 증원 폭을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줄인 바 있다.

◆여야의정협의체 속도 날 듯 = 의료계와 교육계 안팎에서는 조건없는 휴학 승인이 여야의정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힘을 실어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의학계 학회들의 모임인 대한의학회는 지난 22일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방침을 밝히면서 ‘조건없는 휴학승인’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AMC는 또 24일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39개 의대를 둔 총장들에게 이달 말까지 휴학 승인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KAMC는 공문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조건없이 승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대학 자율적 휴학 승인 허용’ 방침을 밝히면 여야의정협의체 논의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의정갈등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여전히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더불어민주당도 “전공의와의대생 참가 없이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반쪽짜리 출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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