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가 김영선 걱정하지 말래”
강혜경씨, 2022년 보궐선거 공천 8일전 명태균과 통화 공개
김 전 의원 공천 결과 미리 알았던 정황도 … 검찰, 수사 속도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김 여사를 언급하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가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29일 김 전 의원의 회계담당자였던 강혜경씨측이 언론에 공개한 명씨와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명씨는 지난 2022년 5월 2일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마라고, 내보고 고맙다고”라며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했다.
명씨는 또 “하여튼 입조심해야 된다”면서 “알면은 난리, 뒤집어진다”고 보안을 요구했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그해 6월 보궐선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 공천 발표가 이뤄진 5월 10일보다 8일이 앞선 시점이다.
강씨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81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3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 대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김 여사에게서 약속받았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실제 김 전 의원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운동 비용으로 여론조사 비용 채무 일부를 상환하고, 국회의원 세비 절반을 명씨에게 건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를 직접 언급한 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천 결과 발표 전 김 전 의원이 자신의 공천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 내용의 통화 녹취도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2022년 5월 9일 김 전 의원과 강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강씨가 “대표님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하자 김 전 의원은 “무슨 축하 그런 소리 하지마, 아직 모른다고 해야 돼”라고 답했다. 김 전 의원은 또 강씨에게 “가능한 한 주변 사람한테 알리지 마라. 공천이 방망이(의사봉) 치기 1~2분 전에도 쪽지가 들어와서 뒤집히는 수가 있다”고 입단속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수사에 대응하면서 강씨에게 윤 대통령을 도왔다고 하면 “공천사기 한 거에 자백이 될 수 있다”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할 것을 요구하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2023년 5월 25일 김 전 의원은 강씨와 통화하면서 “선거법에 관계된 거는 공소시효가 다 지나서 문제가 안된다”면서도 “정치자금법이라든지 이제 명(태균) 본부장이나 김태열(미래한국연구소장)이 ‘윤석열 대통령 선거를 도왔다’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문제가 되면 그런 건 검찰이나 딴 데서 다 꼬리 잘라갖고 아무 문제도 안된다. 오히려 그게 공천사기 한 거에 자백이 되거나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무상으로 제공된 여론조사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만큼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려한 것으로 읽힌다.
강씨가 김 전 의원, 명씨 등과 통화한 녹취를 속속 공개하면서 불법 여론조사 의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등 명씨를 둘러싼 의혹들도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검찰청 형사4부(김호경 부장검사)는 27일에 이어 28일에도 김 소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김 소장은 미래한국연구소의 등기상 대표로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을 받지 않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김 소장을 상대로 여론조사 비용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지난 25일 김 소장의 자택과 별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으로 출마하려 한 예비후보자 2명이 김 소장에게 ‘말을 맞추자’고 한 취지의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는 자신들이 미래한국연구소에 2억원을 준 것은 공천 대가가 아니라 운영자금으로 빌려준 것이라 진술했으니 김 소장도 말을 맞추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지검은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씨에 대해서도 5차례 소환 조사한 바 있다. 이번 주에도 강씨를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