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고려아연 반도체 황산 품질유지 우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공급 차질 가능성 … 큰 손해·주주가치 저하 우려”
영풍 “통상적인 품질 유지 요청 … 경영권 분쟁과 반도체 황산 품질은 무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가 고려아연의 반도체 황산 품질 유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최근 고려아연에 공문을 보내오는 등 반도체 황산 품질 유지를 요청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국내 한 반도체 고객사는 “반도체 제품 및 공정 난이도가 증가함에 따라 황산 품질에서 특이점이 발생시 반도체 생산 및 품질관리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고려아연 반도체 황산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유지가 중요하다”고 알려왔다.
이 업체는 “귀사의 황산품질 미세변동으로도 당사 공정 산포가 흔들리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 고객사는 삼성전자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고려아연이 핵심 공급망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반도체 황산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꼭 필요한 소재다. 특히 반도체 성능과 수율 향상을 위해서는 고순도 황산이 필요한데 생산과정이 쉽지 않아 이를 제조하는 국내 업체는 많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고순도 황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다. 온산제련소는 반도체 황산을 포함 연간 총 140만톤(2023년 기준)의 황산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자 반도체 황산을 미래 산업으로 정하고 생산 확대를 추진해왔다.
한 고객사는 “오랜 기간 귀사의 꾸준한 증설을 통한 안정적인 공급, 협업 및 품질 투자로 동반성장 및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핵심 공급망으로서 고려아연의 역할을 인정했다.
하지만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며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자 업계에서는 반도체 황산을 비롯한 주요 소재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인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수익 확대를 위해 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 이차전지와 반도체 분야 등에서 진행되는 탈중국 공급망 구성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 이에 따라 고려아연 주요 생산 제품인 아연 연 귀금속 반도체 황산 등을 공급받는 국내외 80여 고객사들은 지난달말 제품 품질 연속성 저하 가능성을 우려하는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으로 공급 차질을 우려한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다른 업체로 공급처를 다양화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고려아연은 회사 차원에서 큰 손해를 입을 뿐 아니라 주주가치도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영풍측은 “고려아연이 마치 고객사들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반도체 황산의 품질 저하 및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반박했다. 영풍은 “해당 반도체 기업에서는 10월 중순경 고려아연 공장 내 정전사고로 인한 자체적인 공정상 문제가 발생해 반도체 황산 품질 저하가 있었고 이에 통상적으로 품질 유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반도체 업계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반도체 황산 품질 문제는 전혀 연관이 없음을 확인해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