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는 승리 아닌 생존 위해 고군분투”
“러시아가, 포격 2대1 우위”
“우크라방어선 뚫고 들어가”
“우크라이나는 지금 승리가 아닌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9일(현지시간) 이같은 제목의 우크라이나전쟁 전황 기사를 보도했다. “러시아는 전장 일부에서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뚫고 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동료들, 서방 관리들, 그리고 많은 우크라이나 사령관들은 사적으로 전쟁의 방향과 향후 6개월 동안 러시아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의 능력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의 교전 중인 도시 포크로우스크를 사수하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전선의 다른 곳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 방어선을 뚫고 진격하고 있다. 북부 쿠피안스크에서는 러시아군이 오스킬강에서 우크라이나군 대형을 둘로 쪼갰다. 동쪽의 차시브 야르(Chasiv Yar)에서 러시아는 6개월간의 노력 끝에 시베르스키 도네츠 운하를 건넜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러시아군이 부흘레다르 안팎의 고지를 점령하고 두 방향에서 쿠라호베로 진격하고 있다. 러시아 내부인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는 올해 초 점령한 영토의 절반 가량을 잃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문제는 영토 손실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의 규모와 질이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부대는 병력이 약하고 과도하게 길게 배치된 상태이며,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지쳐 있다. 5월에 발효된 새로운 동원령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여단을 제외한 육군은 충분한 대체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지원을 꺼리고 있다. 서방 파트너들은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에게 동원 연령 하한선을 25세에서 낮추어 잠재적 신병 풀을 늘릴 것을 비공개로 촉구했다. 그러나 정치적 민감성과 이미 우려할 만한 인구통계학적 위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망설이고 있다.
런던의 싱크탱크인 로열 유나이티드 서비스 연구소의 잭 와틀링은 최근 에세이에서 우크라이나의 국력이 쇠퇴하는 몇 가지 이유를 밝혔다. 하나는 방공 요격기의 부족으로 러시아 정찰 드론이 ‘지속적이고 조밀한 감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후방의 우크라이나 포병과 전방의 병력을 쉽게 찾을 수 있어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 이반 하브릴류크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는 포격에서 2대 1의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제한된 포탄 재고와 탱크 및 장갑차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사용할 수 있는 화력과 장갑차 등이 적기 때문에 보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사상자가 커진다는 것이다.
러시아도 심각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는 국가 예산의 3분의 1을 국방비로 지출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민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아마도 공식 발표인 8%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의 한 정보 당국자는 2025년이 되면 러시아의 평범한 가정들이 처음으로 경제적 고통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관리들의 우려는 현재 추세로 볼 때 우크라이나의 한계점이 가장 먼저 올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 언어의 변화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미 국방부의 계획에 참여한 한 인사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