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발언에 미국 대선판 출렁
트럼프측 “푸에리토리코는 쓰레기섬”,
바이든 “트럼프 지지자는 쓰레기” 파문
30일(현지시간)로 엿새 밖에 남지 않은 미국 대선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양측에서 잇따라 불거진 “쓰레기(garbage)” 발언으로 시끄럽다.
논란의 ‘쓰레기 발언’은 지난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에서 터져 나왔다. 찬조연설에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내 600만명, 최대 경합주 페닐베이니아에 47만여명에 이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은 물론 라틴계 유권자들이 분노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대선캠프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곧바로 선을 그었지만, 해리스 부통령 측은 해당 발언 영상을 광고로 만드는 한편 경합주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대량 발송했다.
대선 막바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에 바짝 긴장하던 해리스 부통령에게 분명한 호재가 생겨났지만, 곧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이 터져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루 전인 29일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 행사에 앞서 취재진이 힌치클리프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발언했다.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양극단으로 쪼개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인의 절반가량을 ‘쓰레기’라 지칭한 것이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트럼프의 지지자가 쏟아낸 혐오 수사(발언)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다”고 적었고, 당일 백악관까지 나서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언급한 것은 푸에르토리코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를 쏟아낸 특정 코미디언의 발언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쓰레기는 트럼프의 지지자들” 발언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30% 후반대의 낮은 지지율로 ‘인기 없는’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으로서는 진영 내부에서 튄 불똥으로 예상 밖 악재를 만난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워싱턴DC에서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위해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이 발언을 해명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누구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도 “나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고, 그들의 필요와 바람을 해결할 것”, “나는 트럼프와 달리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트럼프 지지자)에게 테이블에 앉을 자리를 줄 것” 등 화합과 포용을 강조한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힌치클리프의 발언으로 비상이 걸렸던 트럼프 대선캠프는 바이든과 해리스를 한데 엮어 대반격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캠프 대변인은 “바이든과 해리스는 미국을 증오한다. 그리고 4년 더 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고,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는 “역겹다. 해리스와 그녀의 보스 바이든이 이 나라의 절반을 공격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록키마운트 유세에서 “바이든이 마침내 그와 카멀라가 우리 지지자들을 진정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다. 쓰레기라 불렀고, 그것은 (그들의) 진심”이라며 “미국인을 미워하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직접 역공을 펼쳤다. 그는 “내 지지자들은 비뚤어진 바이든이나 거짓말쟁이 해리스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며 “여러분은 미국의 심장이며 영혼이다. 여러분은 미국을 건설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