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수수료율 합의 불발…“영수증에 수수료·배달비 표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9차 회의, 결국 정부 개입
1차 중재안 제시 6.8% 수수료 인하안 냈지만
일부 단체서 ‘일괄 5%안’만 고수해 ‘불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상생협의체) 내 자율적인 협의가 9차례 논의에도 결국 불발했다. 9차 협의 중 정부가 1차 중재안으로 ‘상위 80% 입점업체에 배달 수수료 6.8%를 부과’하는 안을 냈다. 하지만 플랫폼기업들의 반발로 평행선을 긋다가 회의가 또 밀렸다. 다음주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상생협의체는 전날 밤 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도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 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정위와 공익위원들이 1차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불발했다.
일부 입점업체와 플랫폼기업들의 반발로 합의안 도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밤늦게까지 회의했지만 = 이날 회의에는 플랫폼업체 측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4개사가, 입점업체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가 참여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입점업체 측 관계자는 “대부분 입점업체 측이 중재안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였지만 외식산업협회에서 일괄적인 수수료 5% 안을 고수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상생협의체 입점업체들은 단일안으로 ‘배달 플랫폼이 중개 수수료율을 매출 비중에 따라 2~5%로 제한하는 내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내부 이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상생협의체는 배달 수수료 문제로 플랫폼기업-입점업체간 평행선을 그었다.
앞서 배민은 매출 상위 60% 점주에게는 9.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상위 60~80%에는 4.9~6.8%를, 상위 80~100%에는 2%를 각각 차등 적용하는 수수료 안을 내놨지만, 입점업체 측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쿠팡이츠도 지난 8차 회의에서 처음 수수료 인하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쿠팡이츠는 ‘수수료 일괄 5% 적용’이라는 업계에선 파격적인 수치를 제시했지만, 배달기사 지급비를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조건을 걸면서 반발에 부딪혔다.
◆영수증 표기 등 2건 합의 = 한편 이날 안건 가운데 △영수증 내 입점업체 부담 항목 표기 △배달 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 2가지 안건은 합의가 이뤄졌다. 소비자 영수증에 입점업체 부담항목(수수료 및 배달료) 표기에 대해선 입점업체 부담항목을 안내문구로 표기하기로 했다. 가령 “가게에서는 주문금액에 대한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배달비(원)를 서비스 이용료로 지불하고 있다”라고 보여주는 식이다.
입점업체에 대한 배달기사 위치정보 제공에 관해선 소비자의 주소 노출 우려와 배달기사 단체(라이더유니온·배달플랫폼노동조합)의 반대 의견이 고려됐다. 이에 따라 배달기사가 주문을 수락한 이후 픽업할 때까지의 구간에는 배달앱이 약관 변경이나 배달기사의 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기사의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이른바 최혜국대우인 배달플랫폼 멤버십 혜택 제공 조건 변경(음식점이 다른 배달앱에서 설정한 거래 조건과 비교하는 행위)에 대해선 배민, 쿠팡이츠 모두 현재 시행 중인 운영 방침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장 중단하지 않더라도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련 위법행위 조사 결과가 나오면 운영 방침을 수정한다.
다음 회의는 내달 4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이로써 공정위가 ‘10월까지는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