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의 날’ 행사장 한쪽에서는 신입 회계사 ‘트럭시위’
회계사 선발인원 늘면서 수습기관 배정 못받아
“증원 반대, 내년 선발인원 전면 재검토” 주장
금융당국 “회계사 수요 조사해 최소선발인원 결정”
‘7회 회계의 날’ 기념식이 열린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길 건너편 금융감독원 앞에서는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신입 회계사들이 ‘릴레이 트럭 시위’(사진)를 벌였다.
이들은 29일과 30일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에서, 31일 금감원에서 시위를 벌였고 내달 4일 감사원에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4일 제59회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 중 미지정 회계사(수습기관을 배정받지 못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인 김 모씨 등 83명은 ‘공인회계사 합격자 미지정 문제 해결 촉구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위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올해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을 1250명으로 정한 뒤 1250명을 뽑았는데, 회계업계의 채용인원 축소로 일부 회계사들이 수습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회계사 인력 부족으로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필요인원을 뽑지 못한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최소선발인원을 늘렸다.
올해 대형회계법인인 빅4(삼일 삼정 안진 한영)는 약 840명을 뽑았으며, 중견·중소회계법인 등은 160명 가량을 채용했다. 200여명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 취업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신입 회계사 대부분이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지난해 취업시장으로 나오지 않은 회계사들이 졸업 이후 취업에 나서면서 일부 신입 회계사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수습처를 찾기 못하게 됐다.
이들 미지정 회계사들은 “회계법인에 갈 수 없다면, 회계법인이 아닌 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 취업하라라고 금융당국이 주장하고 있지만 공인회계사를 채용하는 대부분의 비회계법인이 ‘회계법인 등에서 2년 이상의 수습기간을 마친 등록 공인회계사’ 자격을 요구한다”며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반기업에 원서를 접수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서류탈락, 면접탈락 등을 경험하면서 과연 일반기업에서 수습회계사를 채용할 유인이 있는 것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며 “미지정 회계사 문제 해결을 위한 TF 등을 신설해 즉각적인 해결 조치를 마련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내년도 선발인원을 전면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와 주요 공공기관, 기업들로부터 경력이 없는 신입 회계사를 얼마나 채용할 것인지 수요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여러 자료들을 취합해서 이를 기반으로 내년도 최소선발인원을 내달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수습기관을 찾지 못한 신입 회계사들을 대상으로 자체 과정을 신설해서 실무수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