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대출금리는 과도한 피벗 기대 정상화 과정”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 상승 이유 분석
정부정책 실패 탓 반론도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오르는 데는 미국과 한국 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선반영됐던 것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금리 변동 이해하기’라는 보고서에서 “8월 이후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은 가산금리 정상화를 통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이 올해 7월까지 빠르게 가산금리를 제로(0)수준까지 내려 역마진에 가까운 대출을 시행하다, 8월 이후 과도하게 내렸던 가산금리를 통상수준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 신규취급 기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2월 4.16%에서 올해 7월 3.50%까지 0.7%p 가까이 하락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 후반이나 3%대 초반까지 떨어져 당시 기준금리(연 3.50%)를 크게 밑돌기도 했다. 주담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나 코픽스 수준에도 못미치는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한은은 은행의 당시 대출 행태에 대해 피벗에 대한 기대가 과도했던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2021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가 3.00%p나 올랐고, 지속기간이 20개월로 길었던 점이 기대감을 키웠다”면서 “당시 시중금리에는 0.25%p씩 세차례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0.75%p 인하가 선반영됐다는 분석으로 ‘산이 높았던 만큼 골도 깊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처럼 은행권이 금리인하를 선반영해 역마진 수준까지 대출금리를 내렸다가 8월 이후 가산금리를 다시 올리는 데는 기대의 크기가 축소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 등으로 은행권 대출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로 수준에 가깝던 가산금리를 통상적 수준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과 이에 따른 과도한 주담대 경쟁 등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들이 우량 대출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한 점도 있다”며 “최근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높게 올린 데는 금융당국의 의도에 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