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 의혹” 30대 특수교사 사망
장애학생은 증가…교육여건은 퇴행
5년간 특수교육대상 21% 증가 … 과밀 특수학급 늘고, 1인당 교육비 줄어
인천 모 초등학교 30대 특수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는 임용된 지 5년 차 미만으로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교육계는 이 교사가 학생 수가 법정 기준을 초과한 과밀학급을 혼자 맡아 부담이 매우 컸다고 주장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만 정부와 교육당국의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31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특수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자택에서 특수교사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교사의 시신 상태 등을 토대로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과밀학급 부담 커… 진상 규명을” = 특수교육계는 A 교사가 최근까지 중증장애학생 4명을 비롯해 특수교육 대상 학생 8명으로 구성된 학급을 맡아 격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초등학교 특수학급 1개 반의 정원은 6명이다.
이 초등학교는 원래 특수교사 2명이 각각 특수학급 1개 반을 운영했다. 올해 초 특수학급 전체 학생 수가 6명으로 줄며 A 교사가 1개 반을 전담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 3월 특수교육 대상 학생 1명이 새로 들어와 과밀학급이 됐고 8월에 학생 1명이 추가로 전입해 학급 인원이 모두 8명으로 늘었다.
A 교사는 자신이 맡은 학생 8명 외에도 통합학급에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6명을 수시로 지도하며 행정 업무를 함께 처리해왔다.
특수교육계 관계자는 “A 교사는 특수교사 특성상 병가가 필요해도 쓸 수 없는 처지였다”며 “과밀학급을 맡으며 학부모 민원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학교측 요청으로 지난 3~5월 장애학생 지원 인력 2명과 특수교육 대상 보조인력 1명 등 3명을 더 배치했다”며 “악성 민원이나 부당한 사항이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해명했다.
◆5년간 특수교육대상 21% 증가 = 이런 가운데 특수교육의 열악한 현실과 교사들의 업무과중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도 특수교육 대상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당국의 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특수교육 관련 예산이 줄어들고 지역 격차도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교사노동조합연맹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이 ‘2022~2024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은 2022년 583만451명, 2023년 572만1731명, 2024년 568만2016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특수교육 대상자는 2020년 9만5420명, 2021년 9만8154명, 2022년 10만3695명, 2023년 10만9703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4월 현재 11만510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5년 새 학생 증가율이 21.2%에 달하는 셈이다.
이처럼 특수교육 대상자는 증가하는데 반해 정부와 교육당국의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교육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2020년 4.40%였던 전체 교육예산 중 특수교육예산 비중은 2024년 4.37%로 오히려 줄어 특수교육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별 교육 여건 편차 심각 = 특히 특수교육대상자 1인당 교육비는 2020년 3284만원 대비 2024년 3229만원으로 1.67% 감소했다.
과밀 특수학급 수도 2022년 1499학급(8.8%), 2023년 1766학급(9.9%), 2024년 1822학급(10.1%)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비율로는 2020년(10.3%)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특수교사 1인당 특수교육대상자도 2022년 4.15명, 2023년 4.29명, 2024년 4.27명으로 특수교육법 시행령상 기준인 4명을 초과한 상태였다. 특수교사가 일부 증가했지만, 아직 법정 기준을 충족하기에 역부족이다. 학생의 장애 특성과 정도에 따라 원활한 개별화 교육을 진행한다는 특수교육 취지와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별 특수교육 여건도 격차가 심하다. 울산은 과밀 특수학급 비중이 0.2%인 데 비해 제주는 27.2%, 인천은 17.3%에 이른다. 학생 1인당 특수교육비도 지역별로 최대 2배 차이가 났다. 인천 학생의 1인당 특수교육비는 2353만원으로 강원의 4463만원에 비해 52.7% 수준이다.
장은미 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은 “과밀학급은 특수학교보다 일반학교 특수학급이 더 심각하다”면서 “가장 기본인 특수교사 부족은 특수교육정책 실행 과정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교육부의 행동중재 가이드라인에 따른 행동중재 전담교사와 내년 2월 시행하는 통합학급 교육활동 지원 특수교사를 비롯해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담당교원은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교원뿐 아니라 특수교육대상 학생에 대한 행정과 재정적 지원 역시 차별받고 있다”고 밝혔다.
백승아 의원은 “정부는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고도 실질적 지원과 여건 개선을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교육 여건과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며 “(장애 학생에 대한) 국가 책임 맞춤형 교육과 자립을 위해 국가 차원의 차별없는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