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제주 4.3사건 희생자 유족에게 형사보상금과 별개로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민사5단독 강란주 판사는 제주4.3사건 희생자 A씨의 자녀인 전 모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A씨 자녀들에게 모두 4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제주 4.3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A씨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의 심사 결과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이다. A씨는 1948년 11월 체포·구금된 후 1948년 12월 군법회의에서 내란실행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후 목포형무소에서 수형생활 중 사망했다.

원고들은 재판에서 “희생자 가족들은 (국가의 A씨에 대한) 위법한 수사와 유죄 판결로 복역하게 한 불법행위로 인해 고통당했다”며 “국가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는 “A씨 자녀에게 형사보상금을 지급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며 “원고들의 소송은 부적합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들이 4.3사건에서 정한 보상금 등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강 판사는 “형사보상 대상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그 상속인이 청구할 수 있고, 상속인은 자신의 상속분을 초과해 청구할 수도 있다”며 “A씨 자녀는 A씨의 형사보상청구권을 상속받아 청구한 것일 뿐 자신의 고유한 권리에 따라 청구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자녀가 지급받은 형사보상금은 희생자 본인(A씨)의 고유위자료에서만 공제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1년 3월 법원은 희생자 A씨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A씨 자녀는 형사보상금 등으로 약 2억1000만원을 수령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