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문제 해결’ 합의한 시진핑과 모디
중-인 데탕트, 지정학 변화오나
인도 외교 “정상화는 아직 일러”
2020년 중국과 인도 간의 치명적인 국경 충돌은 양국 관계에 균열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지정학에 지각변동을 촉발했다. 20명의 인도군과 최소 4명의 중국군이 사망한 이 교전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국경에서 발생한 충돌이었다.
전쟁의 여파로 양국은 각각 분쟁 지역인 히말라야 국경에 수만 명의 병력을 파견하고 대포, 미사일, 전투기의 지원을 받았다. 중국은 인도의 라이벌인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원조를 확대했다. 인도는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고 미국 및 동맹국들과의 국방 관계를 심화했다. 그 결과 서방은 인도를 중국 견제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가 화해의 손을 잡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10월 24일자 기사에서 “지역 지정학을 다시 뒤흔들 수 있는 데탕트가 지금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21일, 인도 당국은 국경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 순찰 권리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중국 외교부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확인했다. 그리고 10월 23일에는 나헨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2019년 이후 첫 공식 양자 회담이었다.
국경 협정의 세부 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외교적 돌파구는 경제 협력을 우선시하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와 해외 무역 장벽을 우려하는 시 주석이 인도 시장에 대한 더 나은 접근을 원하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도 제조업 부흥 목표를 달성하고 올해 총선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더 많은 중국의 기술, 투자, 전문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2023~24 회계연도에 인도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되찾았다.
그러나 인도 언론에 따르면 자이신카르 인도 외교부장관은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인도와 중국의 관계 정상화는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 그는 신뢰와 함께 일하려는 의지를 재구축하는 데는 당연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지난 10월 23일 중국과 인도가 국경 지역 관련 문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한 뒤 나왔다. 이는 중국과 인도가 상호 신뢰를 증진하는 과정이 쉽지 않으며, 양국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그러나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타임스는 “이 결의안은 단순한 국경 합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 합의는 특히 개발도상국들이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점점 더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함에 따라 지역 역학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중국-인도의 화해가 “쉽지 않다”면서도 “이는 단순히 외교적 도전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점점 더 다극화되는 세계에서 국가들이 헤쳐 나가야 하는 복잡한 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인도의 데탕트는 아시아 지정학의 구조가 보다 균형 잡히고 자율적인 미래로 전환된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