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대북전단, 물리력 동원해 막는다

2024-11-01 13:00:05 게재

경기 파주·김포·연천 이어 인천 강화도 행정명령

주민들 “오물풍선·소음방송 빌미 된다” 강경대응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접경지역 지자체들의 대응이 강경해졌다. 경기도에 이어 인천 강화도 대북전단 살포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실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던 행위를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대북전단이 북한의 오물풍선과 소음방송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피켓 시위 나선 민통선 주민들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에서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 살포를 시도하자 민통선 주민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주 연합뉴스

강화군은 1일부터 군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7월부터 이어진 북한의 소음방송으로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북한을 도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 41조에 근거한 조치다. 이 조항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 방지나 질서 유지를 위해 위험구역을 설정하고, 사람들의 출입 또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박용철 신임 강화군수가 지난달 16일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 군수는 취임 보름만에 대북전단 살포를 물리력으로 막아서겠다고 선언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대남 확성기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주민들의 피해가 상당하다”며 “위험구역 설정은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31일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막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했다. 지난달 15일 파주·김포·연천 등 접경지역 11곳에 내린 위험구역 지정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조치다. 실제 이날 납북자가족모임 등이 파주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자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과 파주시 공무원 800여명이 나서 이를 제지했다. 경찰도 동원됐다.

유럽 출장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공개 살포와 관련 이날 오전 네덜란드 현지에서 긴급 상황점검 화상회의를 주재해 비상 대응체계 수립 등의 특별지시를 내렸다. 김 지사는 “오늘 새벽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며 “출국 전 접경지역 주민들을 만나 생활 불편에 대한 얘기를 듣고 왔는데 대북전단 발송으로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 각별한 대응과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이날 집회가 예정된 파주 임진각 일대는 물론 대북전단 살포가 가능한 모든 접경지역에 대한 순찰과 경계 활동을 강화했다. 종교단체 신천지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임진각 일대에서 열려고 한 3만여명 규모의 종교행사에 대해서도 시설 대관 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주민들의 반대도 거셌다. 파주 민통선 마을 주민 50여명은 지난달 31일 농사용 트랙터 20여대를 끌고 나와 임진각 진입도로를 막아섰다.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로 북한이 대남 확성기 소음 강도를 높이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며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데다 전쟁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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