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 어선감척수요 6년만에 5배 증가

2024-11-01 13:00:04 게재

근해어선 5척 중 1척이 감척 희망 … 연안은 1.6%

정부예산안으로 수용 못 해 … 구조조정 실기 우려

국회 심의 증액 여부 관심 … “5천억원 규모라도 해야”

연근해 조업 어업인들이 더 이상 고기를 잡을 수 없다며 어선을 내놓고 있다. 중국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둘러싸여 좁은 해역에서 4만여척의 연·근해 어선이 경쟁적으로 고기잡이를 하면서 영세성을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낡고 생산성 떨어지는 어선의 퇴출을 유도할 수 있는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어선 구조조정 기회를 놓치고 연근해 어업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감척을 희망하는 어선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하고 예산도 뒷받침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제10호 태풍 산산이 일본열도를 따라 북상할 때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에 대피해 있는 어선들. 제주지역 연근해 어업인들은 내년 74척의 감척을 신청했다. 사진 연합뉴스

◆감척희망 2020년 223척에서 내년 1137척으로 = 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연·근해 어업인들은 내년에 1137척의 어선을 줄이겠다고 신청했다.

해수부가 9월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한달간 조사한 결과다. 올해 감척희망 어선수 966척보다 17.7%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남 310척, 전남 285척,충남 177척, 경북 117척, 제주 74척, 부산 63척, 강원 61척, 전북 33척 등이다. 동해(경북 강원) 서해(전남·북 충남 ) 남해(경남 제주 부산) 어업인들이 서로 배를 줄이겠다고 손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어업 종류와 어선 규모별로 보면 근해어업은 358척에서 460척으로, 연안어업은 564척에서 611척으로,정치망어업은 44척에서 66척으로 모든 어업에서 감척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해안선 가까운 연안바다에서 조업하는 소형 어선인 연안어선보다 먼 바다에서 조업하는 중·대형 어선인 근해어선들의 감척수요가 많다. 근해어업 460척은 등록된 근해어업 어선 2492척(2021년 기준)의 18.5% 수준에 이른다. 근해어선 5척 중 1척이 어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연안어선은 3만7062척 중 1.6% 수준이다. 연안어업은 2005년 노무현정부에서 일명 ‘고데구리’라고 불리던 소형기선저인망어선을 대규모 감척한 바 있다.

정부는 어업인들이 어선을 줄이겠다고 신청하면 어선규모 조업일수 선령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감척대상을 선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한다. 올해의 경우 연안어선은 484척 근해어선은 164척이 감척을 희망했지만 실제 감척대상에 선정돼 보상을 받는 어선은 연안 200척, 근해 85척으로 각각 41%,52% 수준이다.

감척을 희망한다고 모두 감척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척 희망 척수는 2020년 223척에서 2021년 652척, 2022년 555척, 2023년 621척, 2024년 966척에 이어 내년도에는 1137척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의 경우 소속 어선 136척 가운데 절반 이상인 74척이 감척을 희망해 충격을 줬다. 2년 전(2023년도 감척신청)에는 6척, 지난해(올해 감척신청)에는 15척 감척을 희망했지만 더 이상 어업을 하기 어렵다고 손을 든 것이다.

지난달 8일 열린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어선감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예산마련 대책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강도형(가운데) 해양수산부장관이 의원들 질의를 경청하며 자료를 살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감척보상 못해 구조조정 지체 = 해수부는 연근해어업을 선진화하기 위해 적정 규모로 어선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감척을 뒷받침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어업인들이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수산업 선진국인 노르웨이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어선을 현대화·대형화했다.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연근해어선 감척 예산은 2206억원이다. 근해어선 124척, 연안어선 325척을 감척할 수 있는 예산으로 편성했다. 올해 1640억원에 비해 600억원 가까이 늘었지만 근해어선 460척, 연안어선 611척에 이른 감척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 진행된 해수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집중 거론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국민의힘·강원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은 “감척사업은 예산을 대폭 늘려서 짧고 굵게, 한꺼번에 해야 한다”며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만나서 해결해야 앞으로 20년 우리 연안과 근해 바다가 편안해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어선 감척수요가 있다면 감척 예산 규모를 정부 예산안의 두 배 규모인 5000억원대로 늘려서라도 진행해야 하느냐는 내일신문 질문에 “그렇다, 다다익선”이라고 답했다.

감척보상금 기준도 더 많은 어업인들이 감척에 참여할 수 있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적정 규모로 어선수를 줄여 어업인들이 생존할 수 있게 하려면 감척을 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하면 안된다”며 “보상기준을 높이거나 지원금에 붙는 세금을 줄이고 어선을 없앤 어업인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출구전략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지난달 이양수 의원과 이상휘(국민의힘·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 의원 등이 각각 감척보상금 상향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어업인이 감척 신청을 해 대상자로 선정되면 평년수익액 3년분의 범위에서 폐업지원금 등을 지원할 수 있지만 △수산자원의 감소와 어획량의 급감으로 수익액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수익액과 연계된 폐업지원금도 과도하게 적어 감척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현행 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안 개정을 통해 어업인의 감척 신청을 유도하고 수산자원 회복과 지속가능한 어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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