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 보험 고객부담 증가 우려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
장기·자동차보험에 영향
기후변화 위기로 인해 고객들이 부담할 보험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광민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31일 보험연구원 주최 산학세미나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와 보험회사 재무건전성’에서 “기후변화는 보험사의 장기적 자산가치 하락과 신용 위험, 유동성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보험사는 손실을 줄이고 부채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기후변화와 보험사의 손해율의 연관관계를 따지기 위해 미국손해보험계리사회가 개발한 계리기후지수(ACI)를 참고했다. ACI는 북미지역의 해수면 상승을 측정한 통계로, 기후변화가 끼치는 손실을 추정하는데 이용된다. 한국은행도 ACI를 참고해 기후위험지수(CRI)를 개발한 바 있다.
정 교수는 “기후변화애는 자연재해와 같은 급성 리스크와 해수면 상승 등 만성 리스크가 있다”며 “연구결과 계약기간이 긴 장기보험과 극한기후에 노출된 자동차보험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위해 정부와 업계 등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보험사 손해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정확하게 봐야 위험을 추정할 수 있는데,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다”면서 “업계와 당국, 학계가 힘 모아 데이터를 수집·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가 심해진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 보험사가 철수해 보험료 급등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기후 취약성을 완화하고 보험사는 보험인수를 통해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국적 보험회사인 악사는 ‘미래위험 보고서’(AXA Future Risks Report)를 통해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혔다고 밝혔다. 악사는 2014년 이후 매년 세계 10대 위험 요인을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올해는 15개국 전문가 3000명, 일반인 2만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1위로 ‘기후변화’가 꼽혔으며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사이버 보안’이 뒤를 이었다. 전쟁보다 두려운 존재가 기후변화라는 이야기다. 이번조사는 미주지역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등 4개 권역별로 구분됐는데, 모든 권역에서 기후변화를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