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거꾸로 가는 대출금리 예금·적금 금리는 빠르게 낮춰

2024-11-01 13:00:06 게재

9월 주담대금리 0.23%p↑

예대금리 차이도 확 커져

대출금리가 역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줄곧 하락세를 걷던 금리 수준이 8월이후 상승세로 바뀌더니 9월에는 오름폭이 더 커졌다. 이에 반해 고객이 맡긴 예금과 적금의 금리는 내림세를 보여 결과적으로 은행만 배불린다는 비판이 지속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 추세에도 은행권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내걸린 대출 정보.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31일 발표한 ‘2024년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은행권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23%로 전달(4.08%)보다 0.15%p 상승했다. 지난 8월(0.02%p↑)에 이어 두달째 오름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3.74%로 8월(3.51%)에 비해 0.23%p나 급등했다. 이번 상승폭은 2022년 9월(0.44%p)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폭이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은 올해 상반기 줄곧 하락세와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은행권 신규취급 기준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2월 4.16%에서 올해 7월 3.50%까지 0.66%p 하락했다. 미국과 한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반영돼 각종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주담대 등 가계 및 기업대출 금리도 내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9월 이례적인 급등은 시장 흐름과는 다른 방향이어서 당국의 개입에 따른 사실상 ‘관치 금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9월부터 시행한 2단계 스트레스DSR 영향으로 가산금리가 오르고, 은행들이 사실상 추가로 대출액 총량을 관리하면서 대출문턱이 높아지고 금리도 올랐다는 분석이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도 31일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은 9월에 3.22%로 전달과 같았지만 은행의 고정금리는 약 0.23%p 올랐다”며 “이 상승폭은 대부분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가산금리 조정의 영향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금은행의 예금과 적금 등 수신금리는 내림세가 지속되거나 정체되는 흐름이다.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3.40%로 전달(3.35%)보다 0.05%p 올랐지만 상승폭은 대출금리에 비해 크지 않다. 올해 수신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다 소폭 반등했지만 향후 내림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은행권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11일 이후 빠르게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 등 10여개 상품에 대해 기본금리를 0.05~0.25%p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은 1년 만기 기본금리가 3.35%에서 3.30%로 조정된다. 이에 앞서 NH농협은행도 지난달 23일부터 거치식 예금금리를 최대 0.4%p, 적립식 예금금리를 최대 0.55%p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3일부터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 금리를 0.2%p 내렸다.

한편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31일 발표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5대 은행의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평균 0.734%p로 집계됐다. 전달(0.570%p)보다 0.164%p 더 커진 셈이다. 예대금리차는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앞다퉈 내리던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차이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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