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무관심층 끌어내라” 경쟁 치열

2024-11-04 13:00:06 게재

해리스·트럼프 막판 타깃은 ‘비정기적 투표자’ … “선거결과 가를 큰 변수”

민주당 대선 후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이스트랜싱의 미시간주립대 캠퍼스 제니슨 필드 하우스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기 위해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면 단 하루를 남겨놓게 된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D-2일인 3일(현지시간)까지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면도날 위 접전’이라 불릴 만큼 여론조사상 결과를 점치기 힘든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부터 대선의 최종 승패를 결정지을 7개 경합주를 집중 공략하며 단 한표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미시건주(선거인단 15명) 디트로이트의 한 흑인교회를 찾아 흑인 유권자 표심을 겨냥한 막판 구애전을 펼쳤다. 해리스는 “신(God)은 우리를 치유하고 하나의 나라로 모으는 계획, 자유와 기회, 정의를 위한 계획이 있다”고 말한 뒤 “그 계획을 믿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며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예배와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실 방금 우편 투표용지를 작성했다. 그래서 나는 투표를 완료했다”며 사전 투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19명)는 물론 노스캐롤라이나주(16명)와 조지아주(16명)까지 샅샅이 훑는 강행군을 펼쳤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정부의 경제, 이민, 대외정책 등이 실패했다고 거칠게 비판하면서 ‘해리스 심판론’을 주장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현재와 같은 무능과 실패의 4년을 더 보낼 것인지 아니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4년을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라며 “카멀라 해리스는 4년간 미국 노동자에게 경제적 지옥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여러분이 투표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멍청한(stupid) 것”이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두 후보가 이처럼 대선 마지막 주말 동안 주요 경합지에서 경쟁적으로 유세에 나선 것은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정확한 의미는 지지할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해리스-트럼프 양 후보의 캠프가 집중적 타깃으로 삼고 있는 대상은 아직까지 투표장에 나올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다. 그동안 투표에 참여하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한 ‘비정기적 유권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보통 어느 한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양 캠프가 이들을 미개척된 지지층의 중요한 원천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선거 전략가들은 이들이 유권자 풀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지만 추정치는 다양하다”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중 3%만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베테랑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빌 매킨터프는 “투표 여부를 결정한 사람들보다 후보 선택을 망설이는 유권자가 훨씬 적다고 강하게 느낀다”면서도 “트럼프나 해리스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하는 유권자들보다는 공화당 또는 민주당 성향의 그룹 중 어느 쪽이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하느냐가 선거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측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단체) ‘MAGA Inc.’는 지난달 초부터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 같지만 투표 참여 경험이 들쭉날쭉한 것으로 추정되는 7개 경합주 유권자 350만명을 대상으로 스트리밍 TV 서비스 광고를 해오고 있다.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슈퍼팩 ‘프라이오리티 USA’도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지만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이 낮은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 커피를 주문하는 젊은 여성이 “투표 이력은 공개됩니다. 친구와 가족, 당신이 좋아하는 바리스타가 당신이 투표를 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WSJ의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투표참여가 불규칙한 유권자들의 선택이 선거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과 두 번의 중간선거에 모두 투표한 유권자들의 경우,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최소 4%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4년 전이나 8년 전에는 투표권이 없었던 젊은 유권자의 경우에는 해리스 지지 비율이 약 20%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투표를 매번 하지 않는 유권자의 경우 대선과 중간선거 투표 여부에 따라 다르기는 했지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가 1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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