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무단배출’ 영풍, 2달간 조업정지

2024-11-04 13:00:22 게재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도 생산 불안한데 … 국내외 아연시장 공급 차질 우려

경영권 분쟁으로 고려아연의 사업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영풍이 폐수 무단배출로 조업을 중단하게 되면서 국내외 아연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풍은 최근 석포제련소의 폐수 유출 관련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총 ‘1개월+30일간’ 조업이 정지된다고 공시했다.

앞서 경상북도는 2019년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폐수 유출 관련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으나 영풍은 이에 반발해 조업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영풍은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도 영풍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법원은 또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영풍과 관련 직원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방법원 형사항소5부(김상윤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영풍과 영풍의 종업원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과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방지시설에 유입되는 수질오염물질을 최종 방류구를 거치지 않고 배출하고, 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배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영풍은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한 혐의와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지하수를 개발 이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지난 3월 20일 영풍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영풍석포제련소 운영 중단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업계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이 두 달 후 재개되더라도 고순도 아연괴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정상화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위한 준비기간과 조업정지 이후 재가동을 준비하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4개월 가량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아연 시장은 중국과 유럽 경기 침체 등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아연 공급에 문제가 없지만 세계 6위인 석포제련소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국제 아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캐나다 제련소가 대형 화재로 일시 폐쇄되면서 물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판단한 기업들이 미리 아연을 확보해놓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풍의 조업 중단으로 고려아연에 대한 국내외 기업 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지만 고려아연도 사업 차질 우려를 낳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진들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한데다 노조도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실제 고려아연 문병국 노조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풍·MBK가 고려아연 정문 안으로 들어오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상급단체와 연계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영풍의 아연 생산량은 연간 약 40만톤으로 자회사 포함 85만톤을 생산하는 고려아연과 함께 전세계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영풍의 조업 중단에 이어 고려아연이 장기 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을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공급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영풍 관계자는 “조업 중단으로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경 안전을 최우선으로 가동중지 기간 중에 설비를 보전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본홍·이재호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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