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밸류업으로 K-증시 살아날까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12개 상장지수펀드(ETF)와 1개 상장지수증권(ETN)이 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 5곳은 2000억원 이상의 기업 밸류업 펀드를 조성한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그리고 밸류업 공시는 했지만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종목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과매도가 이어지며 상대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한국 증시에 총 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반등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시장반응은 회의적이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 선정 기준에 대한 불신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밸류업 ETF에 유입될 자금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9월 발표한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에는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빠지고 주주환원에 미흡한 기업이 편입되는 등 구성 종목의 형평성 논란과 모호한 선정기준으로 ‘밸류없 지수’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실제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을 보면 주주환원 및 수익성과 거리가 먼 종목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배당수익률이 2%를 밑도는 종목이 53개로 절반이 넘고, 배당성향이 20%를 밑도는 종목도 54개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배당 유무만을 고려하고 배당수익률이나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의 질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서울지역 임대수익률이 평균 4.6%, 1년 정기예금 수익률 2.87%, 국고채(3년기준) 2.9%인 반면 우리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이익의 40%를 배당한다. 국내 투자자들조차 한국 증시를 버리고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유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선의지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는 아직 밸류업 공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의 ‘믹소 다스’ 아시아태평양지역 투자전략가는 “낮은 주주환원과 기업의 비효율적인 자본관리 때문에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 특히 중견기업이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 점수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지배구조 문제도 꼬집었다.
밸류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먼저 주주환원 강화와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밸류업 펀드 자금이 투입되면서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밸류없’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영숙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