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온라인노조 출범 ‘누구나 가입, 익명활동 가능’
퇴직·구직자도, 조합비 월 5천원
국내 처음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기업·산별 노조에 속하지 못한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 노조에 쉽게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인터넷 카페(cafe.naver.com/119union)를 기반으로 개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직장갑질119온라인노조’(온라인노조)를 출범했다고 4일 밝혔다.
온라인노조는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신고 필증을 받아 노조법상 노조 지위를 얻었다. 3일 온라인으로 출범식을 열었다.
온라인노조에는 병·의원 간호노동자, 정보기술(IT) 업종 노동자, 농·수협 등 중소금융기관 노동자, 어린이집 교사, 강사·트레이너 등 100여명이 가입돼있다.
업종·직종 구분 없이 가입한 조합원이 업종별로 30명이 넘으면 업종별 지부를 만든다. 사용자단체와 업종별 교섭과 정부·지자체와 교섭 및 협의를 벌여 업종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사회복지사로 조직된 ‘사회복지지부’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한국어교원지부’가 있다.
가입원서와 월 5000원 이상의 조합비를 내면 퇴사했거나 구직 중인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온라인노조에서는 노동상담·교육 등이 이뤄지고 갑질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는 노동·법률 정보 등의 콘텐츠가 공유된다. 조합원에 대해서는 24시간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오프라인에서 대면 상담도 진행될 계획이다.
또 ‘퇴근 후 연락금지’ ‘내 연차 내 맘대로’ ‘회식문화 개선’ ‘반말금지’ ‘프리랜서 말고 근로계약서 쓰기’ 등 의제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직장갑질119는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노조 가입률이 13.1%에 불과하고 소규모 기업에 다니거나 프리랜서인 직장인은 노조에 가입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온라인노조를 출범했다”면서 “또 직장 내 괴롭힘이 심하고 업계가 좁은 탓에 문제제기조차 힘든 업종들이 많아 이들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초대위원장은 “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현실에서 온라인노조는 익명으로도 가입과 활동이 가능하다”며 “온라인 카페 등을 주요 활동공간으로 해 문턱을 낮췄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노조는 노조라는 세계의 온라인 포털이자 플랫폼”이라며 “일하는 사람 모두의 노동이 존중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