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장수 아니다” ‘사이다’ 포기한 이재명
선명성 대신 합리·안정감↑
중도·무당층 거부감↓ 관건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박근혜정권의 무도함을 질타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 성남시장, 변방의 장수여서 자유롭게 모든 말씀을 드렸지만, 지금은 제1야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금투세 폐지에 찬성입장을 내놨다. 금투세 시행이 원칙이라는 장문의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은 ‘표’를 의식한 정치적 선택을 결정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지난 2일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 이 대표 인사말을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 입장에선)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느냐가 판단 기준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두번째 대표임기를 시작한 후 여권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 대표는 ‘정치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4일에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여야 대표가 만나 정치를 정상화하고 국정 난맥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대표회담을 촉구했다. 지난 달 보수인사인 윤여준 전 장관을 만나서는 거대 양당의 사생결단식 대결정치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당 내부적으로도 ‘화합·포용’에 무게를 둔 행보에 중심을 두고 있다. 최근 임명한 특보단 구성이 대표적이다. 5선의 안규백 의원을 총괄단장으로 안호영(3선. 정무) 유동수(3선. 경제) 단장을 축으로 28명의 1차 특보단을 임명했다. 분야별 전문성과 지역 등을 고려했는데 특히 친명(친이재명계)계가 아닌 중도성향 의원들이 다수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
민주당은 “현장의 민심을 당대표에게 직접 전달하며 민주당의 집권을 준비하는 정책·정무 자문 기능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정치의 본령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이고, 이를 위해서는 진보-보수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 스스로 ‘진보라기보다는 상식과 원칙의 회복을 바라는 사실상 보수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민생회복 지원금을 선별지급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라며 “정부가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정책에 대해선 충분히 조정하고 수정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누누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국회 과반이 넘는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독주 프레임 해소도 염두에 둔 대응전략으로 읽힌다.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 대한 확실한 장악력을 기반으로 외연을 넓혀가겠다는 취지라는 해석이 많다.
이 대표가 기존의 ‘사이다’ 이미지 대신 합리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수권정당 대표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전략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은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10월 29~31일 만18세 이상 1005명을 가상번호로 조사한 ‘여야 대표 역할 평가’에서 민주당 지지층 73%가 긍정 평가했다. 지난 2012년부터 민주당 대표의 역할에 대한 긍·부정 평가에서 가장 높은 긍정률을 보였다. 총선 전인 지난해 6월 평가(61%)보다 높은 수치다.
관건은 중도층과 무당층의 반응이다. 갤럽조사에서 진보층에서는 65%가 긍정적으로 보지만 중도층에서는 긍·부정이 각각 43%, 47%였고, 무당층에서는 긍정 29%, 부정 52%였다.(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p. 응답률 11.1%.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월등한 의석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확실한 견제심리가 작동하고 있음에도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