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금투세 폐지’ 당 안팎 반발 …“원칙·정체성 외면”
“초부자감세 반대·세수확충 방안 마련 요구 등과 배치”
민주당 내부 “지지자들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진보진영 “신뢰 강령 정체성 훼손 … 이재명 규탄”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이 민주당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원칙과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중도층 확장을 위한 ‘실용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민주당이 주도한 법안을 시행도 하지 않은 채 부작용을 우려해 폐기한 조치는 향후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비판의 대상’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이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발표 이후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 제도는 민주당이 조세정의와 금융세제 선진화 방향으로 추진한 것이고, 금융투자협회나 현업의 다수 관계자들도 건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야 합의하에 입법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 제도가 시행도 되기 전에 (유예도 아닌) 폐지라면, 앞으로 당의 강령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만일 향후 다시 추진하겠다면, 어떠한 조건에서 추진할 것인가 및 지지자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갑론을박을 피할 수 없다”며 “일관성과 신뢰의 문제를 우려한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공개적으로 2022년과 2024년에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요구했다. 2020년에는 민주당정부를 천명한 문재인정부에서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는 세법개정안을 제안해 통과시켰다.
정권 교체이후 윤석열정부 첫 해인 2022년 세법개정안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제시하자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에 따라 입법화된 만큼 예정대로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며 “민주당은 2018년 12월에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고 했다.
올 7월 25일에는 “금융투자소득세는 도입 자체가 당초 정부안이었고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 제도라 하여 여야합의로 입법화됐고 시장상황을 고려해 보다 충실한 준비를 위해 유예됐던 것”이라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는 조세원칙은 유지돼야 하며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사항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거나 보완입법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3개월여 만에 중도지향의 ‘먹사니즘’을 표방한 이재명 대표는 중도층에서 찬성표가 많은 ‘금융투자세 폐지’를 손을 들어줬다. 진보진영에서는 여전히 ‘폐지 반대’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진보진영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원내 정당뿐만 아니라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원외정당의 비판이 거세게 올라왔다.
민주노총 경실련 참여연대 민변 등은 성명서를 통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과 관련한 민주당의 갈팡질팡 행보는 결국 부자감세 동조로 귀결되고 말았다”면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내내 ‘부자감세’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조세정책을 집권여당과 같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부자감세를 비난하면서 민생회복지원금 추진을 밝히는 민주당을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신뢰도 강령도 정체성을 훼손한 채, 결국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규탄한다”고 했다. “자산 세제는 무력화하면서 13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이재명표 예산’을 어떻게 실현시키겠다는 것인가”라며 “이재명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입장 철회를 요구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전날 2025년도 예산안 심사기준을 밝히면서 ‘초부자감세’를 지적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과세대상이 1%도 안 되는 초부자감세라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금융투자세 과세와 함께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인하를 계속 추진한다는 점에서 세수확보 방안도 같이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증권거래세율 인하로 2023~2027년까지 5년간 10조1491억원의 세입 감소를 예상했다.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2025년부터 시행되면 2027년까지 3년간 세수가 4조328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로 세수 경보가 울리고 증권거래세도 폐지되는 마당에 금투세까지 폐지하면 이 대표의 대표 철학인 기본소득 정책은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며, 13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민생회복지원금은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이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민주당이 유지해온 조세 원칙과 정체성 훼손 논란과 함께 법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가 시행하기도 전에 폐기해 불신을 조장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또 초부자감세 반대, 세수 확보방안 마련 등 기존의 주장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강해지고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