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수입차 73억 과징금 “적법”
1·2심 “부품 기능조작 … 중대한 위법행위”
환경부가 스텔란티스코리아에 부과한 과징금 73억원은 적법하다고 2심 법원도 판단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프, 푸조 등을 수입·판매하는 다국적 자동차 기업인 스텔란티스의 한국 내 공식 지사(법인)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는 조작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2부(김종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스텔란티스코리아가 환경부장관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수입업자는 배출가스에 대해 미리 환경부 인증받고 실제 운행에서 이상이 없어야 한다. 2015년 스텔란티스코리아는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지프 레니게이드와 피아트 500X에 대해 배출가스 인증을 받고 약 3년간 국내에서 수입차를 판매했다.
그런데 당시 이들 차종에는 엔진 시동후 약 1400초가 지나면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의 가동률이 떨어지도록 하는 설정이 있었다. EGR은 엔진에서 연소된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다시 유입시켜 연소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다.
이에 환경부는 2019년 9월 스텔란티스코리아에 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재판에서 “안전운행과 엔진의 손상방지를 목적으로 EGR을 설정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구 대기환경보전법에는 거짓이나 부정확한 방법으로 인증받은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환경부 처분은 법률의 소급적용 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원고가 EGR 설정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인증조건 미달사실을 숨기고 국립환경과학원장에게 인증을 신청했다”며 “대기환경보전법의 거짓이나 부정확한 방법으로 인증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EGR 설정은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기능이 저하되도록 하는 구성부품에 해당한다”며 “실내인증시험의 4회 반복 시험에서 결과도 엔진 시동 후 1400초가 지나야 작동해 합리적인 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임의설정을 인증권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배출가스 인증을 받았고, 그로부터 약 3년간 4000여대의 차종을 판매하며 1463억원 상당의 매출을 얻었다”며 “이 사건 설정은 환경당국이 기존에 마련한 일반적인 검사방식으로는 정확한 배출가스 발생량을 측정하기 어렵도록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기능을 조작한 것이었다”고 짚었다.
아울러 “원고가 배출가스의 배출허용기준 인증을 부정하게 취득한 행위는 배출가스 인증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로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원고의 행위에 대해 무거운 제재가 필요하다고 본 환경부의 판단이 명백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환경보전법은 2016년 1월부터 순차로 개정되면서 과징금의 상한이 증액되고 과징금율이 증가한 사실이 인정돼 원고가 주장하는 법률의 소급적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