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주주환원·거버넌스 개선해야”

2024-11-05 13:00:27 게재

"한국 증시, 낮은 배당수익률· 주주이익 고려 안 해

최대주주 야심에 이익 사용, 독립적 사외이사 부재"

국내 증시가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반기 들어 13조원이 넘는 주식을 내던지며 한국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들의 낮은 배당수익률과 주주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 거버넌스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대주주의 야심에 기업이익이 사용되고 이를 막을 독립적 사외이사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비효율적 자본관리 문제 =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3조187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에서만 13조8050억원어치 팔아치웠는데 삼성전자(12조6530억원)에 순매도가 집중됐다. 외국인 보유량 비율은 지난 7월 10일 32.05%에서 4일 29.36%로 2.69%p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한국거래소 주최로 개최된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에 참석한 외국계 금융사들은 K 증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신뢰를 높여야 하며 상법 개정 있어야만 의미 있는 밸류업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JP모건의 믹소 다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 전략가는 이날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은 낮은 주주환원과 기업의 비효율적인 자본관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자본 효율성이 상승하면, 국내 증시 상장사 주가가 현재보다 최대 100%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믹소 다스 전략가는 “한국 기업들의 투하자본이익률(ROIC)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부족하다”며 “6.3%인 한국의 ROIC가 자산 처분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글로벌 평균인 9%까지 높아지면 주가는 60%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ROIC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위해 투자한 자본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그는 “한국 기업, 특히 중견기업에서의 배당 성향 등 측면을 살펴보면 현격하게 낮다”며 “주주환원의 경우 앞으로 개선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자사주 매입, 소각도 이전보다 더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배당성향은 15% 수준으로 30%를 넘는 미국과 일본, 45%를 넘어서는 유럽과 비교해 상당히 낮고, 자사주 매입도 부족한 상황이다. .

그는 또 한국 기업 거버넌스 점수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지배구조 문제도 짚었다. 특수관계인을 비롯해 지배구조 관련 사안들을 각 기업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사외이사 역할 중요 = 이날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제언’ 패널 토론에서 존 전(Jon Jhun) 홍콩 자산운용사 마이알파 한국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80~90%는 기업의 이익이 100이라고 하면 100이 기업에 재투자 되거나 주주환원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한국 기업은 여기저기 새는 돈이 많은 거 같은데 대주주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사용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환원되도록 하는 주체가 독립된 사외이사인데 불행하게도 한국기업들은 거버넌스의 문제가 많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도 부재했다”며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 DNA가 변할지, 독립된 사외이사가 역할을 할지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관련 한국 당국의 정책 불안전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피터 스타인 아시아증권산업 금융시장협회(ASIFMA)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증시 저평가의 가장 큰 문제는 공매도 금지 이슈”라며 “선경고 없이 (공매도 금지가) 전체 시장으로 확대된 점은 아쉽고, 금지 조치도 연장되면서 정책에 불확실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이상 거래의 처벌 내용이 명확히 제시돼있지 않은 점도 투자에 어려움을 준다고 봤다. 무차입공매도가 발생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적발하지도 못하고, 적발한 후 처벌 또한 솜방망이에 그치는 점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스타인 대표는 또 “어떤 행동이 규제 위반인지 알기 어렵다”며 “중국에서는 업계와 당국 간의 장이 잘 열리며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한국이 중국 자금 유출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스타인 대표는 “중국에서 대규모 글로벌 투자 자금이 빠져나간 뒤 인도나 대만,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유입됐는데 한국은 큰 수혜를 보지 못했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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