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완성차 생산·판매 감소…재고에 대한 경계감 높아져
도요타, 4~9월 생산 7%·판매 3% ↓… 품질부정사건 등 영향
닛케이 "전기차 대응 늦어져, 글로벌 생산 고점 가능성 있어"
자동차 업체 넘어서 타업종과도 전기차 분야 합종연횡 모색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완성차 업체의 글로벌 생산 및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가 품질 인증검사 과정에서 부정하게 처리한 사건이 발각돼 올해 상반기 자국내 일부 공장에서 생산이 중단됐고, 미국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도 생산이 저조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일본 완성차 업체의 상반기(4~9월) 전세계 생산량은 1187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망이 단절됐던 2020년 상반기 이후 4년 만이다. 일본 기업은 압도적 다수가 매년 4월부터 사업연도가 시작돼 이듬해 3월 결산하기 때문에 상반기 실적은 4월부터 9월까지 통계에 해당한다.
닛케이는 “일본 자동차업체는 전기자동차(EV) 판매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면서 자동차의 글로벌 생산이 고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극심한 가격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재고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져 생산을 억제하려는 움직임도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생산량이 가장 많이 감소한 업체는 도요타이다. 도요타는 이 기간 470만5000대를 생산해 지난해 동기에 비해 생산량이 7%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가 일본 자동차업체의 전세계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도요타는 일본 내에서는 자동차 품질 검사와 관련한 부정 사건과 맞물려 상반기 생산이 일부 중단된 영향이 컸다. 도요타 자회사인 다이하츠공업도 같은 기간 10% 감소한 68만6500대 생산에 그쳤다.
일본차 업체는 미국과 중국 등 해외생산도 줄었다. 도요타와 도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 6월 두개 차종에 대한 에어백 결함 등의 문제로 자발적 리콜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달부터 생산은 재개됐지만 여전히 판매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자동차도 미국에서 주력 차종의 감산에 들어갔다. 닛산의 감산 규모는 3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은 당초 감산을 10월 말까지 계획했지만, 올해 말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닛산은 미국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SUV ‘로그’와 10%를 차지하는 픽업 ‘프론티어’의 판매가 고전하면서 미국 테네시주와 미시간주 공장 생산을 줄였다.
혼다자동차는 중국내 생산을 34%나 줄여 38만5000대에 그쳤다. 혼다의 중국 생산은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혼다의 중국내 생산이 정점을 보였던 2020년(95만대)에 비해 60% 줄어든 규모이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월간 기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8%나 생산이 감소했다.
생산 감소는 판매 부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여전히 전세계 생산과 판매량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감소추세를 보였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2.8% 줄어든 502만8000대 수준을 보였다. 2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이다.
혼다도 지난해 동기 대비 6.4% 감소한 184만2000대 판매에 그쳤다. 특히 중국시장 판매가 37.6%나 급감했다. 닛산은 158만5000대로 전년보다 3.8% 줄었다. 주력인 미국시장 판매가 2.7% 감소했다. 특히 9월에는 월간 기준 미국 판매가 전년 동기에 비해 24%나 줄었다.
한편 비야디(BYD) 등 중국업체와 현대차 등의 약진에 밀려 고전하는 전기차(EV) 분야에 대한 일본 자동차 업체간 나아가서 타업종과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상사는 자율주행과 EV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연내 공동 출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자본금은 두 회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닛산이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고, 미쓰비시상사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최적의 길을 찾는 시스템을 사업화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닛산과 혼다가 포괄적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을 공동 개발하고, 차량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도요타는 스바루와 스즈키 등 완성차 업체와 차세대 EV 공급과 기술개발 협력을 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지난 5월 이들 업체와 공동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용 신형엔진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또 지난달 스즈키가 생산할 SUV 타입 EV를 내년부터 인도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도요타는 또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와 총 5000억엔을 투입해 내년부터 자율주행 AI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