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김동연 외교의 힘 ‘라포’
“해외출장의 가장 큰 성과는 만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고 다음에도 계속 연락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겁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최근 유럽순방을 마무리하면서 동행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김 지사는 이를 ‘라포(rapport)’라고 했다. ‘라포’의 사전적 의미는 ‘친밀한 관계’다. 하지만 일반적인 ‘관계(relationship)’와는 차이가 있다. 업무적인 관계를 넘어 서로의 마음이 연결된 경우 상대방의 감정에 반응하는 관계를 말한다.
김 지사는 정치인 중에선 ‘자넷 오스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지사(총독)와 ‘그레첸 휘트머’ 미국 미시간주 주지사 사례를 소개했다. 김 지사는 “BC를 방문했을 때 주청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큰 산불이 나서 다음날 조찬 약속에 주지사가 오지 못할 거라고 다들 예상했는데 저는 온다고 확신했다”며 “나와의 관계상 안 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정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기업인 중에선 ‘세이피 가세미’ 에어프로덕츠 회장을 예로 들었다. 에어프로덕츠는 세계 1위 산업용 가스 생산기업이다. 김 지사는 “지난 5월 미국 서부지역을 방문했을 때 세이피 회장이 저를 보고 싶은데 동부에 있어 못갈 것 같다면서 줌 미팅을 했는데 줌 미팅 중에도 투자의사를 밝혔다”며 “이런 분들과의 관계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허리펑 중국 경제담당부총리 역시 김 지사가 손꼽는 해외 인맥이다. 김 지사는 “허리펑 부총리가 7~8년 전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장관일 때 부총리였던 나와 카운터파트너였다”며 “당시 이례적으로 부처에 가서 제가 강의를 했던 인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지사의 이런 외교 경험과 연륜은 이번 유럽순방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세계적 반도체기업인 ASML과 인력양성·교류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ASML의 모회사였던 증착장비회사 ASM과는 2030년까지 3조원을 투자(경기도 기업 부품 구매 등)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 지사는 “만나는 사람에 대해 고향이 어디인지 등 연구를 많이 한다”며 “이미 7개월 전에 한국에서 만났던 ASM CEO와는 친구처럼 편하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대종 경기도 국제협력특보는 “김 지사가 국제적으로 형성해온 ‘라포’는 엄청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유럽순방에 동행한 기자도 유 특보의 평가에 동의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김 지사의 장점이 국내 ‘정치’에서는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깝게는 도정의 동반자인 여야 경기도의원과 시장·군수들부터 시민사회 지역언론까지 꾸준히 ‘라포’를 형성해 나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곽태영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