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관광, 과감한 정책 전환으로 외래객 유치에 힘써야

2024-11-06 13:00:04 게재

“세계는 한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오직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은 것과 마찬가지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여행에 대해 한 말을 떠올리면 한국인이야말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세계라는 책을 탐험하는 여행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2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금요일 중국이 전격적으로 내년 말까지 한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뉴스가 이목을 끌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여러모로 격세지감의 기분이 들었다. 이는 중국이 내수시장 활성화용으로 한국인을 공략하기 위한 결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외래관광객 1위가 한국인이었다고 한다.

아웃바운드 세계적 수준인데 인바운드는

2023년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해외여행 지출액은 전체 10위로, 5000만의 인구수를 생각하면 대단한 수치다. 한국인의 여권으로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이제 192개국에 달한다. 유엔 회원국 수인 193개국에 하나 모자란다. 한국인의 아웃바운드(자국인의 해외여행)는 이렇게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인바운드(외국인의 방한여행)는 어떠한가?

지난 9월 월별 방한객의 수치가 처음으로 2019년 코로나 이전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제 여행업계가 코로나의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아태지역은 코로나19 기간 이동 제한의 강도가 가장 셌기에 그만큼 여행산업의 타격도 깊고 길었다. 그 사이 우리의 인접국들은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해 출입국 편의와 항공편 확대, 쿠폰 등 경품제공에 나서고 있다. 홍콩 관광청에서는 50만장의 무료 항공권을 풀었고, 싱가포르정부는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동남아 독점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약 200여억원의 재정 지원을 해 인근 국가의 항의를 들었다.

중국 정부는 작년 말부터 적극적으로 무비자 입국 허용 국가를 늘리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개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유럽, 호주 등 19개국의 국민에게 일방 무비자를 허용한 바 있고, 이번에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을 추가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도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작년과 올해 경쟁적으로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아시아 각국 외래객 유치 현실 직시해야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고 바야흐로 국제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별 경쟁이 뜨거운 상황이다. 일본은 일찍이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위한 돌파구로 관광산업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관광입국 전략'을 총리의 강력한 이니셔티브로 추진해왔다. 2013년 이미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비자를 면제해 태국은 방일객이 100%, 말레이시아는 50% 상승한 바 있다. 2007년 관광입국 정책의 추진 목표로 1000만명 외래객 유치를 공언했던 일본은 올해 외래객 35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요즘 세계는 한류 열풍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실제 방한으로 이어지게끔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실제 방한한 외래객들이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여행하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꼼꼼히 챙겨보고 규제는 합리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오늘(6일) 문체부가 개최하는 '인바운드 경쟁력 포럼'은 국제기구나 연구원, 학계와 관광업계 현장에서 제도개선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라는 점에서 반갑다. 아시아 각국이 외래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