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는 폐지했는데…상법개정은 난항 예고
민주당 원칙 대신 중도확장, 첫발부터 강력 저항
대통령실·여당 “기업 부담 ··· 주주 갈등 유발 안 돼”
신뢰 잃고 상법 개정 실패 ‘최악 시나리오’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도확장을 위한 결단으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들고 나왔지만 당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앞서 지배구조 개선 등 투자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명분’도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야당발 상법 개정안’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입법 과정도 어렵겠지만 ‘입법독주’로 통과시키더라도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정체성, 원칙, 신뢰 등 주요 가치를 희생하고 표심만 겨냥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가 위증 교사 의혹과 선거법 위반 의혹 1심 선고를 앞두고 꺼내든 ‘중도 확장’ 카드가 오히려 주요 민주당 지지층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민주당 내부의 의견그룹인 더좋은미래는 이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대해 “당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훼손되고 자칫 소탐대실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천정배 전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변명의 여지없이 부자감세를 하는 것이고 심각한 불평등으로 어려워져 가는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팽개치는 것”이라며 “소수의석으로도 거대여당에 맞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지키려 용기있게 싸워온 민주당의 역사는 종말에 이른 것인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1차회의를 갖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보완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증시 선진화 정책에 앞장서는 첫 단추로 상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오기형 의원을 단장으로 ‘개인투자보호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내놓은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상법 개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 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금투세 폐지,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자산 형성 기회의 사다리를 더 많이 만들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모든 기업에 대한 주주 충실의무로 하는 경우에는 과도한 기업의 부담이 되거나 주주 간에 갈등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더 명확하게 주주의 이해관계를 해치는 부분에 대해서 규정하고, 이 부분을 엄격하게 제어하는 그런 형식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당 내부의 의견조율도 과제다. 민주당 모 의원은 “상법 개정안을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려는 시도가 현재까지 없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원마다 의견이 다르다”면서 “너무 넓은 스펙트럼을 민주당 내에서 하나의 법안에 담아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했다. 또 “재계가 반대하고 있고 대통령 거부권도 있는데 그냥 놔두면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상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원칙 정체성 신뢰를 잃고 상법 개정에도 실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