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 7년간 215억 챙겼다가 기업회생 신청

2024-11-06 13:00:03 게재

법원 “차액가맹금은 그 자체로 부당이득”

1심 75억원 → 2심 215억원으로 3배 늘려

피자헛, 회생신청으로 자산·채권 동결

한국피자헛이 7년에 걸쳐 부당이득금 약 215억원을 챙겼다가 가맹점주들이 낸 소송에서 패소하자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당이득금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등법원 민사19-3부(손철우 부장판사)는 지난 9월 양 모씨 등 가맹점주 94명이 한국피자헛 유한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으로 받은 약 215억원을 돌려주라”며 “가맹점주들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원·부재료 등 필수품목을 구입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받아 챙기는 이른바 ‘부당이득금’이다. 차액가맹금이 클수록 본사가 가져가는 이익은 커지고, 가맹점이 입는 손해는 늘어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자헛이 차액가맹금으로 받은 부당이득 반환금을 1심의 약 75억원의 3배 가까이 늘렸다. 대상기간도 가맹점주의 청구를 받아들여 2016~2022년까지 7년을 인정했다. 이는 1심의 2019~2020년보다 5년이 늘어난 것이다.

가맹업법령에 따르면 본사는 가맹사업자가 부담하는 가맹금과 별개로 차액가맹금의 내용을 담은 정보공개서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등록해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피자헛은 2020년부터 차액가맹금을 등록했다. 분석결과, 피자헛은 연평균 2019년 2667만원, 2020년 2935만원, 2021년 2368만원, 2022년 2592만원을 차액가맹금으로 받았다. 이 기간 가맹점당 총 1억562만원, 연평균 2640만원에 이른다. 또 이 기간 가맹점당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지급금액의 비율(평균)은 2019년 3.78%에서 2020년 4.50%, 2021년 4.73%, 2022년 5.27%로 꾸준히 증가했다. 피자헛 가맹점 수는 현재 330곳에 이른다.

그런데, 피자헛은 가맹점주와 가맹계약을 할 때 최초 가맹비 외에도 매달 총수입의 6%를 고정수수료로, 총 수입의 5%를 광고비로 각각 받았다. 여기에 더해 피자 제조에 필요한 원‧부재료를 공급하고 매달 차액가맹금(물품대금)을 받았다. 하지만 법령에서 규정한 차액가맹금의 내용은 계약서에 없었다.

이에 양 모씨 등 가맹점주 94명은 2020년 12월 피자헛이 가맹점주로부터 받아간 차액가맹금을 부당이득금이라 주장하면서 그 반환을 청구했다. 피자헛이 계약상 근거없이 차액가맹금을 받아 이익을 챙겼고, 그로인해 가맹점주들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반면 피자헛은 재판에서 “법은 가맹금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 차액가맹금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합의가 없어도 가맹점주들에게서 받은 차액가맹금이 부당이득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피자헛이 수령한 차액가맹금은 법률상 원인이 없어 그 자체로 부당이득”이라며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차액가맹금을 받아 챙기려면 가맹점주와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피자헛은 이를 정당화할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 정보공개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점주들은 피자헛이 받아가는 차액가맹금을 모르고 있다가 2020년 정보공개서를 접한 뒤 비로소 차액가맹금이 부당하다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고 밝혔다.

이 선고이후 피자헛은 지난달 4일부터 가맹점주들이 자신의 금융계좌에 대한 압류 및 추심 조처를 하자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고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한국피자헛이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 및 자율구조조정(ARS)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ARS 프로그램은 기업과 채권자가 채권자 협의회를 구성해 변제 방안 등을 자유롭게 협의하는 제도다. 이날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12부(오병희 부장판사)는 한국피자헛에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했다.

한편 피자헛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점주가 본사에 대해 가집행 절차를 진행해 종업원 급여 지급 등 운영에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계좌 동결을 해제해 회사 현금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한국피자헛은 지난 2022년 이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손실은 지난 2022년 2억5612만원에서 2023년에 45억2240만원으로 급증했다. 매출은 1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해 약 25% 감소한 수치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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