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권 위기 누가 불렀나 ① 윤 대통령
‘불통 리더십’… “독선으로 위기 자초”
“1시간 회의하면 본인이 55분 얘기” 소통보단 상명하복
“특수부검사 출신이라 다 알아”…국정 문외한, 성과 전무
윤석열정권이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돈다.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지만 레임덕(Lame duck)을 넘어 데드덕(Dead duck)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위기론이 심상찮다.
역대 대통령 임기 말에나 볼 법한 10%대 국정지지도를 이미 기록했다. 전례 없는 임기중반 데드덕 위기는 누가 초래한 것일까.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 본인을 위기 책임의 1순위로 꼽는다. 독선의 ‘불통 리더십’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불통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점철된 암흑기였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실패가 윤 대통령의 독선과 무능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었다.
사실 검사 출신 윤 대통령에게 소통·협치 같은 민주주의 소양과 고도의 국정능력을 기대하기는 애당초 어려웠다. 여권 핵심부에서도 ‘익명의 우려’를 쏟아냈다.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가진 여당 중진의원은 지난해 9월 기자와 만나 “취임초 원로들이 (윤 대통령에게) 조언을 많이 했다. 대통령이 워낙 (정치) 초보니까 걱정이 됐을 거다. 근데 대통령이 귀담아 듣지 않았다. 대통령은 본인 뜻대로 해서 지금까지 성공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남 얘기를 듣지 않았다. 자기 고집대로만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대선 선대위에서 뛰었던 여권 인사는 지난해 “(윤 대통령은) 1시간 회의를 하면 본인이 55분 얘기를 한다. 본인이 대화를 주도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모 전직의원이 독대에서 (윤 대통령보다) 더 많이 얘기하는 바람에 찍혀서 내각에 발탁되지 못했다는 건 여권에서는 유명한 에피소드다. 소통이 필요 없는 상명하복 검찰 문화에 젖어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인보다 검사에 가까웠던 윤 대통령은 소통과 협치를 낯설어했다. ‘내가 옳다’는 확신이 강해 남 얘기를 듣지 않았다. 야당을 협치 대상이 아닌 ‘적’으로 취급했다. 야당 대표를 취임 2년이 다 돼서야 만날 정도였다.
임기 2년 반 동안 24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7명의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14건)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내가 특수부 검사를 해봐서 아는데…”라는 표현을 자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인사는 “대선 무렵 국정능력 시비가 불거지자, 윤 후보는 ‘내가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특수부 검사가 삼성을 수사하면 대한민국 최고 변호사 15명과 싸워야 한다. 1 대 15 싸움이다. 그런데 능력이 없다? 특수부 검사는 정치·경제·금융·기업·조세 다 알아야 한다. 능력을 의심하지 말라’며 자신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자신’이 ‘오만’으로 판명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과 교수는 5일 “윤 대통령은 국정에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2년 반 동안 국정 성과가 전혀 없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이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처럼 좌충우돌만 반복하다가 임기를 다 날렸다”고 지적했다.
여권 인사는 5일 “윤 대통령의 위기는 전적으로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검사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되니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독선과 무능의 검사 리더십으로는 세계 10위 대한민국호를 이끌 수 없는데, (윤 대통령이) 과욕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