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실적 선방…중소형사는 하락
WM·IB 수익 늘며 전년 대비 34%~59% ↑
해외주식거래 급증, 증권사 실적 증가 견인
중소형사 부동산 PF 충당금에 여전히 발목
주요 대형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34%~59% 증가하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매매 수수료(브로커리지) 성장은 주춤했지만 해외 주식거래가 늘고 금리 하락에 따른 기업금융(IB) 수익성 개선이 증권사 실적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방 금융지주 계열을 포함한 중소형 증권사는 적자 늪에서 허덕이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전히 부동산 PF 충당금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미래에셋증권 순익 257% 증가 예상 =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기관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나온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 5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총합은 1조3050억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9773억원 보다 33.5% 증가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경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KB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 늘어난 2388억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도 18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무려 59% 증가했다. 이밖에 지난해 3분기 5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하나증권도 3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달 30일 실적을 발표한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은 26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했다. 다만 순이익은 2116억원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브로커리지 부문의 경우 국내 주식 거래대금이 줄었지만 해외 주식 거래대금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이를 상쇄했다.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로 전체 위탁 매매 수수료 수익도 늘었다.
에프앤가이드의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미래에셋증권이 2745억원으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257.1% 증가한 금액이다. 이는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은 축소되고, 채권 평가손익 개선, 브로커리지·IB 수수료 손익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2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20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45% 증가가 예상됐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KB증권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731억원으로 전년 대비 52.8% 늘었다. 자산관리(WM) 및 트레이딩부문 수익성 개선과 영업외손실이 감소한 영향이다. 특히 WM 부문 운용자산이 60조원을 넘어섰고 WM 수익도 2000억원을 달성했다.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52.8% 늘어난 153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IB 부문의 수익이 개선된 영향으로 IB 수수료 이익만 103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5% 급증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3분기 순이익 50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1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1357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낸 여파다.
◆해외주식 거래대금 역대 최고 기록 =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 흐름을 보였음에도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이 견조한 수익 흐름을 이어간 배경에는 기업금융(IB) 부문의 실적 호조와 해외주식 거래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114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3조176억원 대비 21.30% 감소했다. 특히, 지난 9월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6720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191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5%(49조6000억원) 급증했고 전년 대비로는 88%(89조6000억원) 폭증했다.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대금도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2%, 전 분기 대비 29.4% 많이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액도 2분기 1270억달러에서 3분기 1747억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따른 대형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엔 올해 금리인하 수혜를 받으며 부동산 IB 부문에서도 활기를 되찾았다. 금융당국의 주문으로 선제적으로 쌓았던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이나 해외 부동산 감액손실 처리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택·분양 시장의 회복과 금융비용 하락에 따른 PF 사업장 수익성 회복 등이 예상된다”며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부동산 PF 관련 비용 축소”를 전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3분기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이나 해외부동산 감액손실 반영이 없다”며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하로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증권사에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증권사 적자 지속 = 반면 부동산 IB 비중이 큰 중소형사들은 여전히 관련 손실이 실적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 증가도 중소형 증권사에게는 먼 나라 일일 뿐이다.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의 3분기 영업손실은 512억원, 당기순손실도 346억원으로 각각 적자 전환했다. BNK투자증권의 3분기 영업손실은 45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31억원에서 37억원으로 적자 지속했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앞으로도 추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PF 투자건들로 인한 부실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가이드라인 기준이 적용되면서 대손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소형사는 부동산 금융에 대한 성장 의존도가 매우 높아 부동산금융 시장 침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사업기반 확충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