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오리온 성장과 전문경영인

2024-11-07 13:00:02 게재

전통 제과업체 오리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제과업체 이미지를 탈피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돋보여서다. 신사업 중심에는 허인철 부회장이 있다.

오리온의 대표제품 초코파이는 올해로 출시 50년을 맞았다. 초코파이는 국내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사랑을 받으며 50년 동안 오리온이 제과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대표 효자상품이다. 이런 걸출한 대표상품이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에 도전을 꺼린다. 특히 전문경영인일수록 그렇다. 자신 임기동안 적당한 실적을 내고 임기만 보장받자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 부회장은 올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를 인수했다. 오리온 창사 이래 최대규모 인수합병이다. 인수금액만 5500억원이다. 대출 없이 인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암신약을 개발하는 첨단 바이오 회사다. 물론 허 부회장 혼자 결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성장한계에 다다른 제과사업 돌파구를 찾았다는 점에서 놀랍다.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 인수선언을 한 1월만 하더라도 시장반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10여개월이 지난 지금 리가켐바이오 주가는 인수당시보다 3배 가까이 올랐다.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 인수 8개월 만에 1조원 상당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얀센과 2조2458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2건의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됐다. 전세계 바이오업계가 리가켐바이오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너가 경영이 3~4세로 넘어가면 오너 지분이 줄어 대규모 M&A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온의 전문경영인과 오너가 합을 맞춰 대형 M&A를 성사시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 전문경영인으로 오기까지 삼성과 신세계를 거쳤다. 신세계 임원 당시 신세계강남센트럴시티 인수 등 굵직굵직한 M&A를 진행해 신세계그룹이 자리잡게 한 1등공신으로 꼽힌다. 인수합병은 물론 전략기획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는 전문경영인이다.

리가켐바이오 인수 배경에는 오리온의 탄탄한 경영실적이 있었다. 2014년 허 부회장이 취임한 후 내실경영과 공격적인 해외진출로 오리온은 지속 성장했다. 허 부회장 취임 당시와 지난해를 비교하면 매출(2조9124억원)은 25%, 영업이익(4923억원)은 76.3%나 올랐다. 오리온을 부채없고 현금 보유가 넉넉한 성장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 그를 믿고 지원해주는 오너 관계는 국내 많은 기업들이 향후 성장 발전 유지를 위해 관심있게 봐야 할 대목이다.

정석용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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