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111억달러 … 올해 누적 650억달러 육박
상품수지 흑자 106.7억달러, 누적 700억달러
수출, 전년 대비 10% 증가 … 서비스적자 확대
"트럼프 당선, 통상여건 변화로 수출에 부정적"
한은, 9월 국제수지 발표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져 올해 누적 650억달러에 육박했다. 반도체 등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지난해 대비 큰폭으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서비스수지는 큰폭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계속됐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4년 9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9월 경상수지는 111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8월(65억2000만달러)에 비해 70.5% 증가했고, 9월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세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올해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46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7억5000만달러)에 비해 세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당초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인 730억달러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 흑자가 지속됐다. 9월 상품수지는 106억7000만달러로 8월(65억2000만달러)보다 63.7% 증가했다. 지난해 9월(74억9000만달러)보다도 42.5% 증가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상품수지 흑자는 70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까지 누적 상품수지 흑자(137억4000만달러)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수출은 616억7000만달러로 8월(573억7000만달러)보다 7.5% 증가했고, 지난해 9월(561억달러)보다 9.9% 늘었다. 올해 누적 수출은 519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718억7000만달러) 대비 10.0% 증가했다. 수입은 510억달러로 8월(508억6000만달러)보다 소폭 늘었고, 지난해 9월(486억2000만달러) 대비 4.9% 증가했다. 9월까지 누적 수입액은 4492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4581억2000만달러)보다 1.9% 줄었다.
9월 상품수출은 통관기준으로 반도체(137억5000만달러)가 전년 동기보다 36.7% 증가했고, 정보통신기기(46억8000만달러)도 30.4% 증가했다. 승용차(53억달러)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다만 석유제품(-17.6%)과 화학공업제품(-8.4%) 등은 지난해 동기보다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16.2% △중국 6.3% △유럽연합(EU) 5.1% △미국 3.4% 등의 순으로 늘었다.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62.1%)와 반도체(26.5%), 정밀기기(7.6%) 등 자본재 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17.6% 증가했다. 이밖에 귀금속·보석류(47.8%)와 의류(5.5%) 등 소비재 수입도 0.3% 늘었다. 이에 반해 화학공업제품(-12.5%)과 원유(-11.6%) 등 원자재 수입은 6.8%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원유와 석탄 및 가스 등 에너지류 수입은 124억4000만달러로 8월(147억7000만달러)보다 8.1% 감소했다. 에너지류는 9월까지 누적 수입액도 123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7%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22억4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적자폭은 8월(-12억3000만달러)보다 컸지만, 지난해 9월(-32억1000만달러)보다는 줄었다. 올해 누적 서비스수지 적자는 17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9월까지 누적 적자(-196억3000만달러) 대비 12.1% 감소했다. 9월 여행수지 적자는 9억4000만달러로 8월(-14억2000만달러)보다 감소했지만, 9월까지 누적 적자폭(-101억달러)은 지난해 동기(-93억1000만달러)보다 늘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8월(16억9000만달러)보다 82.8% 증가한 30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8월에 집중된 외국인에 대한 분기배당 지급이 9월에 줄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8월(11억8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25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9월까지 누적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11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05억5000만달러)보다 44.5% 감소했다.
9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26억8000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24억7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14억4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75억달러 증가했지만,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주식 위주로 13억달러 감소했다.
한편 한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향후 우리나라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9월 국제수지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통상 여건과 수출 여건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또 “한은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를 불확실한 요인으로 모니터링해왔다”며 “업종과 품목별로 기회가 되거나 위기로 되는 곳이 있겠지만, 대체로 여건이 안좋아진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했다.
신 국장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수출 등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 것인지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면서 “이런 요인들을 반영해 이달 말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